꼰대라고 생각해도 좋다. 대한민국에서 군입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최근 군대를 가기 싫어하는 이들이 많고 군대 내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얘기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군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도 아무 문제 없이 방송되는 등 우리 사회 속에서 ‘군’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군대라는 시스템은 불편하고 괴로운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군 생활 속에서 청년들은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하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또한, 여가시간 동안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쉽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고 정부와 국방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군에서 유익하게 삶의 설계하라는 의미에서 병무청에서는 ‘SHOW ME THE 군대’ 책자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신세대 장병의 입맛을 잡는다며 군 급식을 개선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열량은 줄이고 단백질 섭취 비율은 상향 조정했고 장병들에게 좋은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 중 선호 업체의 제품을 장병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계약제도’를 게맛살, 생선가스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하도록 했다. 이어 격오지, 전방, 소규모 취사장까지 민간조리원 채용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기로 했고 각 부대까지 신선한 음식을 배송할 수 있게 하고 해썹(HACCP) 인증 식품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는 말을 전했다.
군 장병 개개인의 삶의 질을 생각하면 물론, 이러한 개선은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군의 존재 의미를 알고 있는 이라면 사실 옳은 변화인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다. 과거가 아닌 지금도 여전히 휴전 상태고 국방의 의무를 위해 20대 청년이 군에 2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 역시 언젠가 전쟁이 났을 때를 위한 준비다. 전쟁을 준비하고 나아가 안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곳인 군대가 전역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원받고 고민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여야 하는,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공간으로 변질 돼 가고 있다.
군대라는 조직은 우리나라의 아픔을 안고 가는, 누군가 반드시 힘들게 전쟁 준비를 하는 곳이어야만 한다. 과학이 발전해 버튼 하나면 전쟁이 끝나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전쟁에서 병력이란 것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우리는 앞으로도 꽤 많은 시대를 분단국가로 지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방부는 20대의 젊은 청년들이 군 복무 기간 동안 어떻게 그 시간을 활용하느냐를 연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분단국가의 아픔과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르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나라는 갖고 있지 않은 대한민국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렇다고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불평불만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만들어 온 역사의 한 페이지인 남북분단, 휴전. 우리는 이 상황을 남의 일처럼 너무 먼 시선에서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야 해 봐야 할 것이다. 왜인지 최근 안전불감증이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는 군대라는 조직을 통해 북한이라는 큰 위험을 예방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렵고 불편하며, 진지한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