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기 때문에 유리구두 한 짝을 벗어놓고, 파티에서 황급하게 나와야했다. 이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지만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처럼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사는데에 익숙해져있다. ‘빨리 빨리’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잡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속도에 집착을 보일 정도로 민감하다. 그래서 인터넷도 초고속을 추구하며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
물론 빠르게만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느리지만 제대로’, ‘속도보다는 방향’ 등의 가치관의 인식이 서서히 스며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에 쫓겨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부족해서 자유시간이 없는 이들을 ‘타임푸어’라고 한다.
타임푸어는 시간(Time)과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푸어(The Poor)가 합성된 말로 바쁜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어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중, 고등학교 시절 놀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공부한 이들은 자유시간이 없는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사는데에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갔더니 취업준비라는 거대한 문턱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렇게 또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보면 어느덧 시간이 지나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여기서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까스로 통과한 취업의 문은 통과한 뒤에 더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커리어를 쌓고, 돈을 벌고 하고싶은 일과 여러가지 일들을 꿈꿨던 생활은 온데간데 없다. 은퇴시기는 앞당겨져 오고 있고,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노후준비와 성공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국가정책과 의식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들은 잠깐 기분좋게 부는 봄 바람처럼 지나간 뒤에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문화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사회적인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있지만, 그만큼 이면에는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현대인들은 바빠야만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느낀다. 야근한 날이면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친구들과 만나면 내가 이렇게나 바쁘다면서 자신의 업무생활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일종의 강박처럼 자꾸만 조급하고, 자꾸만 불안하고, 그래서 뭔가 가득 채우고 스스로를 채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람들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쫓기는 삶을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노는 것도 마음놓고 놀지 못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도 더러 있다.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면서도, 기대에 항상 미치지 못하는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다. 숨 돌릴 새 없이 살아가며 자신의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 의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실 바쁘게 살다 보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현대인들은 정말 그만큼이나 바쁜 생활을 하고있다. 과도한 업무량이 문제라고 하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맺는 인간관계와 각종 경조사 등 일로 보면 많은 일들에 둘러쌓여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타인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마음도 있다. 그때에 바쁜 삶이 자신을 위한 건지, 누구를 위한 건지, 자신이 원하는것이 맞는지 제대로 고찰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자꾸만 앞을 향해 나아가고, 무언가로 그 시간을 가득 채워두기에 시간이 없는 타임푸어의 삶으로 스스로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압박감, 현대인들은 정말 시간이 없다. 하지만 아직 12시에 종이 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시간에 쫓기기 보다는, 잘 살면서 시간을 다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