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불황, 소비경기 침체로 성장정체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을 신사업 진출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달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 귀금속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화장품·주얼리 등의 자체 사업을 확장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이달 1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류 수출입업을 정관에 추가한다. 지난해 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제주소주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식품업체 롯데푸드는 이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화물운송업·물류서비스업·음식료품 도소매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차량용 연료 소매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휴게소 내 주유소를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신세계푸드는 평창 휴게소를 운영 중이다.
패션업체들도 불황 속에서 새 먹거리 찾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F은 이달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호텔업, 관광숙박업, 관광객 이용시설업과 오락, 문화와 운동 관련 서비스업(테마파크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는 강원도 양양군에 숙박시설, 프리미엄 아웃렛 등을 건립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11월 LF는 강원도 양양군 지경 관광지 조성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밖에 홈쇼핑업체 NS홈쇼핑은 이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미술관 및 박물관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시켰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까닭은 저성장에 따른 기존 사업의 성장이 한계점에 이르렀고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1.4% 하락하고 백화점도 3.3% 소폭 신장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내수 침체의 골이 날로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갈수록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달에 비해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0.3% 감소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부터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 역시 93.3으로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3월(75.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경기에 가장 민감한 곳인 유통업계는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며 “각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통한 생존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