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도움을 받으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며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이는 산업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상품의 연쇄적인 생산 및 공급 과정으로 쓰이는 서플라이 체인은 쉽게 말하면 물품의 생산 유통 등의 과정을 하나의 체인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작은 단위에서부터 넓게는 큰 지역을 아우르며 적용되는데, 오늘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와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최근 들어 기존의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기술 분업구조의 와해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자체의 제조업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한국과 일본산 수입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고, 또 동남아 국가의 제조업 향상으로 인해 ASEAN 국가들 중심의 FTA 체결 등의 영향으로 동북아지역 가치사슬 협력이 느슨해지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산업구조 로드맵도 국내 차원을 넘어서, 변화하고 있는 동북아 분업관계 속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모색되어야 한다.
먼저 동북아 서플라이체인의 변화를 알아봐야 한다. 한중일 3국의 서플라이체인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역내 상호 간 수출과 중간재 투입 그리고 생산유발관계 및 부가가치 유발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분업구조가 복잡하고 조립과 생산, 수출 등 과정이 얽혀있는 국제간 거래를 보다 현실적이고 유의미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부가가치 기준의 교역(투입과 산출)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본 동북아 3국간 교역규모는 통관기준보다 더 크게 나타났으며, 중·일간 거래의 비중이 가장 크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동북아 역내 교역규모는 2000년 1,546억 달러에서 2014년 6,735억 달러로, 연평균 11.1%의 빠른 성 장세를 보였다. 특히, 동기간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 확대속도가 연평균 17.2%로 가장 빠르다. 2004년 이후로, 역내 교역에서의 중국의 비중이 일본을 추월, 특히 2010년부터는 역내 교역에서의 일본의 역할 축소와 중국의 역할 확대가 더욱 선명해졌다. 중국의 역내 수출 비중과 한국·일본의 총수출 비중의 합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역내 총교역의 비중을 알 수 있는데, 중국 중심의 역내 교역의 비중은 2000년 63% 수준에서 2014년에는 85%로 크게 증가했다.
동북아 역내에서는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의 중간투입률이 3개 국가 중 가장 높은데, 이는 중국 자국산 중간재의 투입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탈수입산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2000~2014년 사이 중국의 중간투입률은 62.8%에서 67.2%로 4.4%p 증가했고 동기간 한국은 54.9%에서 59.9%로 증가했고, 일본은 46.4%에서 48.2%로 증가했다. 중국의 중간수요에서 자국산 투입비중은 2004년부터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2014년에는 62.9%를 기록하는 등 중간재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반면, 역내 수입산 (한국, 일본산) 투입비중은 2004년 1.6%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하여 2014년에는 0.6%에 그치면서 중간재의 ‘탈 역내 수입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역내 수 입산 투입비중이 3%대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일본도 점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4년 기준 1.1%를 기록했다.
탈수입산화*: 중간재에 대해 자국산 투입을 늘리고 수입산을 줄이는 정책. 중국의 정책이며 차이나 인사이드라고도 한다.
한국과 일본의 최종수요 증가에 의한 중국의 생산유발 효과는 커지고 있으나, 중국의 최종수요가 한·일의 생산을 유발하는 효과는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최종수요에 의한 중국의 생산유발계수*는 2000년 0.037에 서 2014년 0.148로 급증, 일본의 최종수요에 의한 중국의 생산유발계수도 2000년 0.01에서 2014년 0.051로 증가하는 등 한·일의 최종수요 증가로 인한 중국의 생산유발 효과는 커지는 추세이다. 반면, 중국의 최종수요 1단위 증가할 때, 한국과 일본의 생산유발 효과는 각각 2000년 0.033, 0.041에서 2014년에는 0.028, 0.018로 감소하는 등 중국의 최종수요 증가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생산이 동반 증가하는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생산유발계수*:최종수요가 한 단위 증가하였을 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각 산업 부문에서 직 · 간접으로 유발되는 산출액 단위를 말하는 것으로 도출 과정에서 역행렬이 이용되므로 역행렬계수라고도 한다. 이 생산유발계수를 미리 계산해두면 최종 수요를 독립적으로 추정하여 그것에 대응하는 생산수준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동북아 역내 국가의 최종수요 증가에 의한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중국이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일본은 점차 감소 추세이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 및 일본 내수시장에 대한 침투가 확대되면서 한일의 최종수요에 의한 중국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2000~2014년 사이 한국과 일본에 의한 중국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각각 0.016에서 0.056, 0.005에서 0.026으로 증가했다. 반면, 일본의 부가가치와 한국·중국의 최종수요와의 직간접적인 연관관계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부가가치 유발계수*:산업연관표를 이용하면 최종수요와 부가가치와의 기능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바, 최종수요가 한 단위 발생할 경우 국민경제 전체에서 직간접으로 유발되는 부가가치단위를 보여주는 계수를 말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2000년대 중반부터 동북아 3국 교역의 중심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04년 이후부터는 중국이 중간재에 대해 자국산 투입을 늘리고 수입산을 줄이는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 ‘탈수입산화’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최종재수입비중이 커지면서 한·일의 최종수요에 따른 중국의 생산증가 효과도 커지고 있지만, 중국 최종수요에 의한 한국·일본의 생산증가 효과는 감소 추세이다. 한편, 한국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동북아 3국 중에서 가장 낮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부 핵심부품의 대일본 수입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또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한국으로부터의 부품조달 대신 현지조달을 택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국내 부가가치 창출활동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시사점
우리나라는 경제적 특성상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변화하는 동북아 밸류체인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도, R&D와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에 집중하여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제고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첫째로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가치사슬에 적극 동참해야 하며, 동북아 역내의 개방과 협력을 도모하고 보호무역주의 타개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로 소재부품 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산 부품의 이용률을 제고시켜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꾸준히 요구된다.
셋째로 효과적인 산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여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적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여 국내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활동을 적극 이끌어야 한다.
사드와 관련하여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 지고 있으며, 위안부와 독도 등의 문제로 일본과는 감정이 좋지 않다. 북한마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을 때, 경제의 풍파에 국가 산업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동북아 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경제적인 안정을 위한 발전과 노력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동북아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시사점, 생산유발계수 [生産誘發計數, production inducement coefficients] (NEW 경제용어사전, 2006. 4. 7., 미래와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