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내 새끼”
“야 이 자식아 뭐하냐?”
“그래도 너밖에 없다 시발”
우리는 삶 속에서 너무나 쉽게 비속어 혹은 욕을 접한다. 재밌는 것은 그 욕을 들었을 때 항상 기분 나쁘기만 하진 않다는 점이다. 어렸을 적 할머니는 우리를 똥강아지 혹은 내 새끼 등으로 정감 있게 불렀다. 그런 욕이 그리운 사람들이 많았는지 한 때 욕쟁이 할머니가 음식하는 곳을 찾아가서 그 구수한 욕을 들으면서 밥을 먹는 게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남자들은 왜인지 친한 친구들을 만났을 때 꼭 ‘시발’이라는 단어와 함께 문장을 말해야 하는 건지, 나이 든 어른들은 왜 욕과 비속어가 늘 생활 속에 배어있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남에게 듣는 욕과 친구에게 듣는 욕은 같은 단어가 아닌 것 같으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얘기하실 때마다 나오는 생활 비속어는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2005년 국민의 절반 이상, 50.5%가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했고 그 수는 해가 지날수록 줄어 2015년에는 44.4%가 됐다. 계속해서 욕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 표준어를 말하는 편이 서로 불편하게 하지 않고 행여나 생길 오해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욕을 쓰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 속에서 꼭 건강하고 바른말만 쓰고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일까?
욕설과 비속어를 왜 쓰냐는 질문에 ‘기분이 나쁠 때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조사 대상의 44.1%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지만, 뒤로 이어지는 답변들은 사회 속에서 욕설과 비속어가 존재하는 이유를 대변하는 듯한 의견이었다.
‘습관적으로’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쁜 시선으로 보려면 어떻게든 나쁘게 보이겠지만, 사실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 욕을 한다는 것,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욕의 위치를 대변하는 대답들이다. 우리는 편안할 때, 욕설을 쓰고 비속어를 쓰곤 한다. 친구가 옆에서 욕설을 하고 비속어를 쓸 때, ‘이 친구가 왜 이렇게 욕을 쓰지? 기분이 나쁜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욕설과 비속어는 우리의 작은 부끄러움이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일탈이며 가장 구수하고 한국적인 문화라고 생각하면 욕설과 비속어에 대한 너무 큰 미화일까. 물론, 상대방이 기분 나쁠 정도의 욕설과 비속어가 나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들을 평생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말만 입에 담고 사는 삶을 생각하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