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은 40~50대에겐 추억의 빵이다. 70년대는 소위 있는 집만 빵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1986년, 1988년 이후 외국 여행의 자유화를 통해 빵은 대중화됐다. 동네 빵집은 베이커리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까지 인기를 누렸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은 프랜차이즈 빵집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대량 생산된 똑같은 빵맛과 다른 맛을 원하는 이들, 빵 마니아들이 프랜차이즈 빵을 거부하고 수제 빵을 고집한 동네 빵집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35년간 빵을 만든 노장의 정성
기자가 천안 서북구에서 찾은 빵집 듀팡과자점은 그야말로 동네 빵집이었다. 빵집에 들어서자 정면에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대형 빵집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미는 없었지만 어쩐지 친근함을 느꼈다. 반대편에는 여러 종류의 과자들이 보였다.
“인근 아파트에 애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이나 과자류를 찾는 엄마들을 위해 빵을 만들다보니 이렇게 종류가 많아졌어요.” 듀팡과자점 서용필 대표는 카스테라와 케이크, 그리고 생크림 크림치즈, 치즈 앤 치즈 등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이라는 설명과 함께 진열된 빵들을 보였다.
발효 종을 통해 건강을 돕는 빵 만들어
서용필 대표의 첫인상은 세심하고 깐깐해 보였다. 그는 빵을 만들 때 팽창제 대신 효모를 배양해 부풀린다고 설명했다. 배양하는 효모는 막걸리와 건포도 발효종을 이용한 것이며 서 대표는 발효되고 있는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효모가 발효돼 부풀어 오른 밀가루에는 건강함이 가득 찬 듯하다. 발효된 빵은 밀가루 음식 섭취 후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없애 속을 편안하게 한다.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그는 시간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고 말한다. 막걸리종을 배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배양하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며 여름의 경우 6시간, 겨울에는 12시간이 소요된다. 반죽에 산소를 골고루 배양하기 위해 2시간마다 반죽을 저어줘야 한다. 노장에게 피로한 작업일 수 있지만 지금껏 지켜온 동네 빵집만의 맛을 내기 위한 자존심을 고수하는 것이다.
서용필 대표는 한때 프랜차이즈로 인해 어렵고 힘든 시절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나만의 빵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덕분이다”고 한다.
서 대표는 지금도 그만의 빵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와 건강을 생각한 빵을 자주 내놓고 있는데 설탕과 지방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든 캄파뉴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늙은 호박을 넣어 만든 호박 카스테라가 인기 메뉴라고 했다.
서용필 대표는 공무원직을 그만두고 35년 동안 빵을 만든 장인이자 소상공인 기능 경진 대회, 서울 국제 빵·과자 경진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