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취미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하는 현대 사회. 사회 자체가 쉼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안에서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현대사회인들에겐 취미는커녕 평일과 주말을 구분하는 개념조차 희미해 보인다.
정작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조차 의문인 삶 속에서 취미생활이란 사치의 개념인지도 모른다.
소통의 즐거움, 행복의 첫걸음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살사&탱고 클럽 엘디아에서의 인터뷰는 조금은 낯설었지만 신선했다. 이토록 행복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반기는 취재원은 처음 만나봤을 뿐만 아니라 인터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7000원. 요즘 같은 시대에는 밥 한끼나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최준 원장은 7000원이면 일주일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엘디아에서 살사와 탱고 수강료는 일주일에 단돈 7000원이다. 7000원이라는 금액은 엘디아가 수익이 목적인 학원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한다.
“사람들이 이런 행복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최원장이 말한 ‘이런 행복’이란 비단 춤을 추는 행복만은 아니다. 그는 현대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말한다.
“물론 춤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순히 춤을 추는 순간이 행복하다기보단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생각해요”
가족의 해체, 1인 가구 증가는 결국 “인생은 혼자다”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인생이 혼자라면 우리는 모두 외로움에 말라 죽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최원장의 ‘소통의 공간’운영은 꽤나 의미 있다.
최원장은 엘디아에서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보람 있다고 한다.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다. 최원장은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한다.
며칠 전 감명 깊게 본 영화가 한 편 있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다. 영화에는 꿈을 접고 열심히 달려온 3명의 중년이 출연한다. 그들이 잘나가던 ‘왕년’에는 ‘활화산’이라는 이름으로 거침 없는 청춘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처자식을 타국에 유학 보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쉼 없이 달린 결과 정년 퇴임을 하고 집에서 가족들의 눈칫밥을 먹는, 공부 잘 하는 자식을 더 잘 키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다.
아무도 그들이 살고 있는 삶이 행복과 불행의 경계 중 어느 쪽에 치우쳤는지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20년 전으로 돌아가듯 다시 모여 ‘활화산’을 결성한다. 이유가 뭘까?
진정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함일 것이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스스로 찾기 전까지는 한없이 고독한 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