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로 가는 387번 국도에 있는 어여쁜 카페 정원이 운전자의 눈길을 끈다. 여행객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차를 세우고 정원을 걷는다. 재즈음악을 따라 발이 멈춘 곳은 반디랑 카페. 맑은 햇살과 코를 자극하는 시골 내음이 오묘한 느낌을 준다. 포천 이동에 있는 시각장애인 생활시설 소망원이 만든 반디랑 공원은 마을주민과 여행객, 인근 군부대 가족들에게 새로운 문화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꿈이 없는 곳에서 꿈을 꾸다
하양순 원장이 7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 소망원은 그야말로 꿈이 없는 시설이었다. 1976년, 이찬해 설립자가 노숙생활을 하는 시각장애인 15명과 이곳에 살기 위해 터를 잡았지만, 농경지로 활용되던 부지와 밀접하게 위치한 축사들로 인해 이용자의 불편함이 커져갔다.
“시각장애인은 후각과 청각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민감해요. 그런데 축사 냄새와 가축 울음소리가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어요”
소망원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은 중증장애가 있는 중복장애자가 대부분이다. 자립이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돌봐줘야 한다. 각종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었지만 환경적인 어려움에 늘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하 원장은 주민의 경제활동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바로, ‘내가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커피문화를 도입한 것.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에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기적이 되어, 각 기관 및 단체의 후원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엉성했지만, 직원들이 나무를 더 심고, 정원을 꾸미고, 탁자와 의자를 손수 만들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꿈이 현실로, 반디랑 카페에 모여 앉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반디랑 카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이사장을 설득하고, 직원들을 결집시켜 카페에 화사한 옷을 입혔다. 지난해 4월 정식으로 문을 연 반디랑 카페는 시설 이용자와 방문객에게 커피와 차를 판매하며,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소망원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분들도 모두 사서 드세요. 이렇게 운영하다보니 서로 사주는 문화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나도 주위에 무언가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죠. 축사 냄새로 밖에 나오기 싫어하던 분들이 매일 밖에 나오고 서로 소통하기 시작한 겁니다”
하 원장은 인근 주민들과도 공원에서 소통한다. “차를 대접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주민들이 공원에 와서 운동을 하고, 여가를 보내시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소망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거예요. 축사에 가림막을 만들어 주시고, 꽃과 나무를 심어서 주변 경관을 바꾸기 시작한 거예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에 매일 서로 웃게 되요”
그늘을 의지하고 피어나는 꽃이 될 터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꿈을 가지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는 하 원장은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소망원의 바람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복지부 예산이 전체적으로 삭감되었고, 개인 후원도 줄었기 때문이다.
“소망원에 대한 인식이 바뀐 만큼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에요. 소망원을 앞으로 사랑, 치유, 변화, 나눔이 일어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하 원장은 축사 냄새를 지역공동체와 융화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소망원이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정원의 개보수, 산책길 조성, 테마공원 마련 등을 지속적인 사업으로 언급했다. 장기적으로는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어둠속의 대화>와 같은 시각장애 체험관을 만들 계획도 있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의 재능기부와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포천 이동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이 더 큰 기적이 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소망원은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이제 저희는 받기만 하지 않아요. 소망원은 행복한 곳으로써 이웃까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언제든 찾아오세요.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까요” 그늘을 등진 정원의 꽃들이 그늘을 의지하고 꿋꿋하게 서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