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진가 조던 매터의 전시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dancers among us)’을 관람하고 순간 붙박인 듯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춤추는 사람의 찰나를 담아낸 사진들은 지금도 달력의 형태로 나와 함께하고 있다. 달력을 쳐다보는 잠깐의 시간이나마 나의 삶이 춤이 되길 소망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초구 방배동에 이르기까지 이빛 원장의 삶도 그러했다. 빈에서 처음 수학하던 시절 한국 시스템과 달라서 고됐던 그 순간조차도.
“한국에서보다 열 배 공부했어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세분화되어있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죠. 무용의 테크닉에만 집중하여 다른 예술을 등한시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음악을 알고 미술을 알아야 해요. 예술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게끔 교육하죠.”
‘예술은 하나’라는 모토에 따라 삶의 일부로써가 아닌 삶 그 자체로 춤을 받아들인 이빛 원장. 이제는 위즈 무용학원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에 춤을 불어넣고 있다.
“기본기를 하나하나 만들어줍니다. 잘못 배워온 버릇은 쉽게 안 바뀌거든요. 아예 백지처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선이 깨끗하고 예쁘고 잘 배워요. 이상한 포즈, 겉멋만 배워서 온 아이들이 문제죠. 무대에 섰을 때 부모님들은 그저 무조건 예쁘게 보시죠. 하지만 우리 눈엔 문제가 보입니다. 취미 식으로 배운 아이들, 이런 친구들은 정말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발레의 경우 하나하나의 기본동작을 순서대로 차근히 밟아나가는 게 중요한데 한국의 빨리빨리 스타일의 교육이 잘못된 습관을 몸에 새긴다고 한다. “러시아는 동작 하나를 일 년 동안 배우기도 하거든요. 이런 치밀함이 결여된 경우가 많죠.”
안 되는 건 안 된다. 무조건 학생을 받지 않는 여느 학원과 다른 부분이다. “어떤 남학생이 왔는데 이미 성장이 끝났어요. 넌 몸도 안 되고 키도 안 되고 몸이 굳었다, 안 돼. 너 공부해. 되지도 않을 아이들 보고 하라고 하는 건 미래를 망치는 것이죠.”
이빛 원장은 일단 몸을 본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아이들을 뽑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알았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다. 잠재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체조하다 온 아이들이 있어요. 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애들을 물건처럼 대해서 상처를 받고 오죠. 눈을 못 마주쳐요. 억압 속에 지내다 와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죠.” 이 아이들을 믿어주자 콩쿨을 휩쓸었다. 끊임없는 관심과 지도 속에 1년 사이 성장이 눈부셨죠. “제 눈으로 보면서도 놀랐죠.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니까요.”
그녀는 매일 움직이고 땀 흘리며 아이들이 밝아지는 걸 목격한다. “뒤늦게 눈뜬 친구들에겐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을 추천해요. 한두 달 지켜봐 주면서 입시전략을 짜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만들어나가는 거에요.” 보통 한 가지 분야만 다루는 여타 학원과 달리 위즈 무용학원은 세 가지 종목을 모두 다룬다. 어느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아이에게 맞게 더 나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학교 내신성적까지 관리해줘요. 아이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아이와 저, 부모님이 삼각으로 잘 돌아가야 애가 목표를 이룰 수 있죠. 대회 한 달 전부터 수액을 맞아가며 해요.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죠. 여름에 여섯 시간 씩 땀흘려가며 합니다. 아이들이 쏟는 땀이 헛되지 않도록 매일 노력하죠.”
위즈 무용학원은 실력이 출중하기로 무용계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한예종 출신의 강사들로 이루어졌다.
“요즘 애들은 이해가 빨라서 몸으로 딱 보여주면 차이를 알아요. 한 동작을 순서만 하는 게 아니라 깊이 있게 제대로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가르치죠. 달라지는 걸 눈으로 목격할 때마다 이 길을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의 삶이 춤이 될 수 있을까. 이빛 원장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