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 중 하나인 해방촌의 대표 마중물 사업 대상인 신흥시장이 지역상생을 위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앞장섰다. 시장 내 건물‧토지 소유주 44명과 임차인 46명의 전원 동의하에 임대료를 6년간 동결(물가상승분은 반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개념 :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도심의 낙후된 지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지가,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 등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
이로써 현재 임차인들은 임대료 상승의 부담 없이 계약일 기준으로 6년간 영업할 수 있다. 임차인 대부분이 최근 1~2년 사이 둥지를 튼 청년예술가 등 젊은 창업인들이라 안정된 기반 위에서 앞으로 시장 내 도시재생 사업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합의 조건은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임차권리 보장기간 5년, 보증금‧차임 인상 최대 9% 가능(보증금 4억 원 이하의 경우)의 내용보다도 임차인 보호를 강화했다.
아울러 소유주, 임차인 등 각 주체의 대표단 간 조정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소유주 44명과 임차인 46명 개개인이 의견을 모아 만장일치로 이루어져 그 의미가 더욱 뜻 깊다 할 수 있다.
서울시는 각 소유주에게 임대료 인상 동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명시된 임대료 동결 동의서를 개별적으로 배부하고 동의하는 사람은 사인을 해서 제출하도록 했다.
초반에는 개인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과 침해를 우려한 반대도 있었지만, 시와 자치구는 소유주들을 수십 차례 개별 접촉하고 신흥시장 사업추진협의회 회의를 수차례 개최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소유주 등 주민들의 공감과 이해,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소중한 동의가 모아졌다. 처음엔 반대하던 소유주들이 오히려 나중에는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시는 “도시재생사업에 막대한 공공재를 투입하는 만큼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재생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서울시가 2015년 말 발표한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 대상 지역 6개(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서촌, 성미산마을 등 마을공동체, 해방촌‧성수동 등 도시재생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되거나 지역 내에서 극복의 움직임이 있는 곳들로, 이 가운데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10일(목) 19시 용산2가동 주민센터에서 시와 용산구, 신흥시장 건물 소유주, 임차인 등이 함께신흥시장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한다. 이어서 해방촌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도 열린다. 관심 있는 주민이라면 사전등록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공청회에서는 사업 총괄계획가 한광야 동국대 교수의 해방촌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에 대한 설명과 전문가토론 및 주민 질의답변 순으로 진행된다.
서울시는 공청회에서 나온 주민‧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활성화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향후 시의회 의견청취, 관계 행정기관 협의,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및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법적 절차를 거쳐 2017년 초 해방촌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해방촌에서 도시재생 현장 시장실을 열어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시는 향후 소유주, 상인, 서울시, 용산구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 협약의 안정적 유지와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소속 마을 변호사‧세무사와 구청 법률자문단의 자문 지원으로 협약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나 법적 다툼이 생겼을 경우 방지나 중재하는 역할도 병행한다.
한편 해방촌 신흥시장은 70~80년대 니트산업 활성화로 번성했지만, 지역산업 쇠퇴와 시설 노후화로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해방촌 오거리 시장이다. 해방촌 도시재생 주민협의체가 주축이 돼 2015년 12월 8개 마중물 사업 중 하나로 신흥시장 활성화를 선정, 주민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해방 아트마켓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해방촌 지역(용산구 용산2가동 일원, 면적 33만 2천㎡)은 2015년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 4월에는 국토부 도시재생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약 100억 원(국비 50억, 시비 50억)의 공공지원을 투입, 지역역량강화사업, 앵커시설 확충 등 마중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중 10억 원을 신흥시장 공적 공간의 물리적 환경 개선사업에 투입,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노후한 슬레이트 지붕철거, 도로정비 등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신흥시장 소유주들은 “처음에는 동의가 쉽지 않아 걱정도 했지만, 청년들이 활기를 잃었던 시장에 찾아와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 역시 지역을 살리는 데 동참하는 마음으로 뜻을 함께해서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시장이 더욱 발전하는 것은 물론 지역재생과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상생협약 추진과정에서 도시재생의 상생 가치에 동감하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는 지역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신흥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모범적으로 실현한 도시재생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른 지역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