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께서는 정의롭고 올바른 사회를 위해 역사의 현장에서 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살아오셨습니다. 농민과 농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현장의 선구자이셨습니다. 마지막까지도 무너지는 농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고인의 절규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국가가 어둠에 잠겨 있습니다. 어둠이 지나면 새벽이 오는 이치를 누가 거스를 수 있습니까? 우리는 국정농단으로 헌정이 마비되어 버린 꽁꽁 언 나라를 바로 바로 세워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폭압적 공권력은 1년이 지나도록 국민 목숨을 희생시키고도 사과조차 없었습니다.
무너진 헌정질서를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집권세력은 국가폭력을 비호하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능욕했습니다.
엄중하고 비상한 시국입니다. 국민은 ‘자격 없는’ 대통령이 국가의 근본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오로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과 국정을 볼모로 삼고 있습니다. 깊은 실망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싸우고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들어야 합니다. 민심에 반하는 총리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바삐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
계속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 갈 것을 이 자리에서 재차 경고합니다.
백남기 농민님. 아직도 해맑은 미소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당신의 영전 앞에 우리는 죄인입니다. 고인을 보내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에 묻겠습니다.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바로 세운 그날, 비로소 당신께서 웃으시며 가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백남기 농민님.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국민의 가슴에 묻은 우리 생때같은 세월호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국가의 무책임과 구조적 폭력으로 왜 죽어가야 했는지 영문도 모르는 그 아이들도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다시는 국민이 뽑아 준 권력이 국민을 희생시키지 않도록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백남기 농민님. 당신은 오늘 저희 곁을 떠나지만, 세월호 아이들과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과 함께 지켜봐주십시오. 이 나라를 지켜주십시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