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마포구에 위치한 보림출판사의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에서 두 차례의 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공연은 ‘구두점의 나라에서’라는 제목의 한 권의 그림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구두점의 나라에서‘ (2015, 보림출판사)는 독일의 시인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이 쓴 시를 인도의 현대 디자이너 라트나 라마나탄이 타이포그래피로 재해석한 독특한 그림책이다.
‘구두점의 나라에서’ 그림책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은 현대무용수 정영두는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글을 올렸고 이미 이 그림책을 알고 있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이에 반응하여 공연을 위해 자발적으로 보림출판사에 연락을 취했다.
이를 읽고 마음의 울림을 느낀 예술가들은 이 울림을 소리와 몸짓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하나의 예술 분야인 그림책으로부터 시작된 영감이 다른 형식의 예술 분야를 만나 공연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만 보는 책, 알록달록한 색채의 착하고 교훈적인 책이라는 편견을 구두점의 나라에서가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자유로운 상상력, 강렬한 색채와 재미난 조형들… 나는 반해 버렸다.” – 현대무용가 정영두
▲ 정영두, 김지혜, 김동현 내로라하는 무용인이 적극 나서
▲ 진취적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공연 기획
공연은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에서 진행되었으며 관람객들은 바닥이나 책상에 자유로이 앉아 공연을 즐겼으며 관람 후에는 이만한 라인업의 공연을 현장에서 생동감 있게 즐겼다는 점에 감탄을 마지않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연 후 그림책의 매력에 반한 다수의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구두점의 나라에서’ 그림책을 구입해 가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받은 애니메이션 ‘슈렉(Shrek)’의 원작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슈렉은 ’안데르센 상’ 수상자 윌리엄 스타이그의 동명의 그림책 슈렉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숀 탠의 그림책을 소재로 한 뉴질랜드의 마임극 <도착>이나 <폴라 익스프레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등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그림책이 점차 문화 즐길거리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보림출판사의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 역시 이에 앞장서고 있다. 보림출판사는 일러스트레이션계의 거장 마셜 애리스먼이 재즈사의 전설적인 인물 찰리 파커를 고양이에 빗대 그려 낸 그림책《비밥을 만든 고양이》과 재즈음악 공연을 결합한 <그림책과 재즈의 만남: 비밥을 만든 고양이>를 진행하기도 하며 그림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을 결합한 공연과 강연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그림책 평론가 류영선의 <아가마중 그림책 읽기 프로그램: 엄마랑 태아랑 함께하는 예술 그림책 나들이>, 그림책 작가 류재수의 <그림책, 보는 기쁨, 갖는 기쁨>, 그림책 작가 한성옥과 그림책 심리학자 신혜은의 <제10예술 그림책, 그리고 심리학> 등 그림책의 예술성을 알리고 그림책의 즐거움을 독자와 함께 나누는 다수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보림출판사의 관계자는 “그림책과 음악, 현대무용이 접목되었던 <구두점의 나라에서>는 매체의 특성상 정적이고 고독할 수밖에 책 속의 한 장면을 음악과 춤이라는 들리고 움직이는 세계로 표현해 냈지요. ‘아, 그림책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그림책이 이런 예술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는 것이 이번 공연의 의의가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이번 공연의 의의를 드러냈다.
저명한 그림책 전문가 마쓰이 다다시는 아티스트의 그림과 글이 무수한 방식으로 조합되며 편집과 디자인과 제작의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책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그림책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번 공연은 그림책이 종합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면모를 보임과 더불어 그림책에 다소 생소한 대중들에게 공연이라는 친숙한 문화예술을 통해 한 발자국 다가간 행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