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체감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불구 뒤늦게 나선 정부
체감물가상승률 9.0%, 체감실업률 11.4%…한국은행·통계청 지표와 괴리 커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저성장-고물가 기조 이행 가능성”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월급 빼곤 다 올랐다’며 가계가 비상인데, 정부는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당장 2.0% 이상 더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도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최근의 소비자물가 급등은 그동안 낮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에 따른 계란값 급등, 농산물 가격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1.8%로 물가안정목표(2%)를 넘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은 지난달 “올해 물가 상승률이 2%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 지표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지난달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체감 물가상승률은 9.0%로 지난해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1.0%)보다 9배 높다. 특히 체감 성장률은 -3.3%로 상당한 수준의 마이너스를 보였다. 체감 지표를 보면 마이너스 성장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인 셈.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공급자 측에 의해 주도되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수년간 지속하던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마감되고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이행해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초 소비자물가 급등은 일시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면서도 나빠지는 여론을 의식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뒷북행정을 펴고 있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8일 정부 지표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 “가격하락보다는 가격상승에 민감한 게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이라면서도 “소비자물가지수의 품목별 가중치를 개편, 가구 소비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중 관계부처 합동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