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로 한동안 숨죽여왔던 경제계가 기업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또 야권이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으로 서두르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우리 경제를 침몰시키는 ‘자살골’이 될 것이라며 집중포문을 연 것이다. 이는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고 투자를 위축시키는 상법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나와 그 배경과 함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9일 서울 을지로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린다는 것은 ‘돈 버는 일자리 못 만들겠으니 돈을 쓰는 일자리 만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회장은 “일자리가 잘 안 만들어지는 이유 중에는 경직된 노동법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이어 “실업자나 열악한 근로자들이 원하는 좀 더 유연한 노동시장, 선택이 자유로운 노동시장은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하며 우회적으로 비판을 이어갔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고용을 줄이거나 임금총액 한푼이라도 줄이게 하는 그런 노동시장 개혁은 기대도 안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만큼은 정부와 정치권에 노동개혁을 기대기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현행법 아래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가세했다. 김 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법과 관련 “대중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어떻게 제도와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으면 해결해 갈 수 없는데 우리는 대중에 휩쓸려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시장과의 관계,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도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인과 기업이 손을 잡고 경제를 끌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도한 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강연에서 “요새 재벌은 아무리 때려도 사는 줄 알고 여기저기서 때리는데 그렇게 때리면 죽는다”며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 경쟁력을 꺾으면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순환출자 해소 등 상법 개정에 대해 “순환출자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법은 금지도 있지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며 “변화에 따라가고 창의성을 발휘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