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해 키우던 고양이를 부모님께 보내 통째로 삶아먹은 사건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알려지자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이번 사건은 사람에게 학대받아 다친 고양이를 1년 동안 치료해 입양보냈지만, 입양인이 자신의 부모로 하여금 고양이 두 마리를 잡아먹게 한 끔찍한 사건”이라며,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이 한 마리 ‘콩이’를 5년간 키운 이 모씨(33)는 2013년 사람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진 길고양이 ‘진이’를 A씨로부터 입양했다.
‘진이’는 병원에서 다리 절단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복합골절 상태로 A씨에게 발견돼 다리에 철심을 박는 5시간의 대수술과 9개월간의 재활기간을 견디고 건강을 되찾아 새 주인 이 씨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이 씨는 입양한 지 1년 2개월여가 지나 결혼준비와 임신 등을 이유로 경북 영주에 살고 있는 부모에게 사료와 모래 등 고양이를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용품도 없이 고양이들을 보냈다.
그 후 이 씨의 부모는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이 씨의 고양이 ‘진이’와 ‘콩이’를 산 채로 솥에 넣어 탕을 해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이’가 다친 것을 발견해 구조한 A씨는 이 씨가 고양이를 부모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양이들을 찾아보기 위해 경북 영주에 갔다가 이 씨의 어머니로부터 “(고양이가) 다리 관절에 좋다는 말을 듣고 탕으로 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가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씨의 어머니는 “(고양이를) 통째로 삶아서 고기를 먹었고, 먹다가 다리에 박힌 철심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사람의 학대에서 어렵게 살아난 고양이를 어떻게 무참하게 죽일 수가 있냐”며 눈물을 쏟았다.
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사료와 모래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본 용품도 없이 부모에게 보낸 것은 잡아먹으라고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이 씨가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게 될 경우 입양 보낸 당사자(A씨)에게 돌려보낸다’, ‘어떤 식으로든 해를 가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입양계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이 씨와 이 씨의 부모가 제대로 된 심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물학대로 실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법 조항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은 사법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5월 자신이 키우던 개를 진액으로 만들어 먹기 위해 개의 목을 빨랫줄로 묶어 오토바이 뒷좌석에 매단 채 무면허 상태로 2km를 운전해 상처를 입힌 권 모(68)씨에게는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됐고, 고양이 머리를 밟고 고양이 목에 줄을 걸어 죽인 손 모(78)씨에게 내려진 처벌은 벌금 50만 원이 전부였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2011년 8월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동물학대 증거 인정이 쉽지 않아 기소율이 낮고 또 기소가 되더라도 소액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이번 사건의 관건은 A씨와 이 씨가 작성한 입양계약서가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고양이를 잡을 때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될 전망이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는 지난달 27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돼 사흘만에 목표인원 1만 명을 달성했으며, 이후 목표 인원을 1만5000명, 2만명으로 수정해 6일 현재 1만50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또 고양이보호협회 측은 “지난달 28일부터 받은 탄원서만 2000여 장”이라며, “소송 진행 전부터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만약 입양된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면 양부모는 처벌을 받을 것이고 아이는 입양기관의 보호를 받게 된다”며, “고양이라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려지고 생명을 잃었는데 주인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종차별적인 행태”라고 밝혔다.
또 동물학대의 핵심은 가학성과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이 결여라며, 이는 사람에게도 투영될 수 있다기 때문에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을 키우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한편,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잘못된 속설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꽃마을경주한방병원 김동렬 원장은 “고양이는 관절에 약효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은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퇴행성 관절질환을 앓던 어르신들이 고양이까지 잡아 단백질을 보충한 후 육류 섭취로 영양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을 약효로 착각해서 그런 속설이 나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