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공통적인 딜레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획일화’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그 개성과 인격을 존중받고 싶은 존재이지만, 그러한 ‘나’조차도 어느새 타인들을 획일화된 잣대와 가치관으로 평가하며 또 이를 요구하고 있는 딜레마 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타고난 개성과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는 그대로의 표현과 색채들. 그 표현과 색채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여건을 마련해 주어, 그 속에서 마음껏 즐기며 소통하는 흔치 않은 미술원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관악구에 위치한 ‘아이들의 창작갤러리’ 미술원. 그곳에서 엄마처럼 편안하고 다정한 미소를 가진 박지은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자신들의 실제적인 삶을 통해 아이들의 다채로운 색채를 이해하고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직 청년작가들과 함께 미술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자로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의 생활은 20여년 전,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작업실에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시작되었다. 그 무렵, 1992년에 한국에서 처음 번역된 로웬팰트의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면서 그의 미술에 관한 교육관은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박 대표는 말한다.
“서점에 아이들을 위한 자료를 찾으러 갔을 때,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이 제목이 가장 커다랗게 눈에 띄더군요. 당장 구입해서 그 긴 책을 밤새워 읽어 내려갔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유아, 아동들에게 지금보다도 더 틀에 박히고 창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조건 ‘따라 그리기’를 하는 미술수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어요. 하지만 미술교육의 목적을 단지 틀에 박힌 그림을 잘 그리게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발달과정과 심리를 이해하며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것에 두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실제로 수업 속에서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로는 아주 ‘색다른 시도’였던 박 대표의 수업. 다행이 그의 수업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보님과 아이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있어 많은 성장을 가져왔다. 잠시 개인사정으로 한 동안 미술교육분야를 떠나 있었지만, 결혼 후 아이에게 필요한 미술교육을 찾게 된 것을 계기로 그는 다시금 아이들을 교육하는 자리로 되돌아 왔다. 지금부터 9년 전의 일이다.
“사회적으로 교육에 있어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는 했죠. 하지만 여전히 미술교육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내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의 창작갤러리’를 설립하여 아이들과 청년예술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창작갤러리’의 교육방식은 정해진 프로그램만을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기별로 주어진 주제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다양한 탐색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이끌어 가는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색이다. 또한 예술가들의 기민한 감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필요한 도구 및 방법과 작가의 경험을 제공해주어, 아이들로 하여금 창작의 동기를 일깨워주는 점도 장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와 작가의 개성이 더해져 다채로운 창작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아이는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가 존중받는 긍정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표현을 위한 토대 즉, 도화지를 밖의 공간을 주무르고 즐기며 놀 수 있는 기회가 꾸준히 제공된다. 풍부한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자연미술, 실내와 실외를 아우르는 설치작업은, 아이들로 하여금 보다 직관적으로 공간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경험을 제공하여 커다란 표현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또한 아이들은 다양한 재료를 직접 찾고 모아 설치하는 과정을 통해 재료와 도구를 탐색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미술작품을 하는데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불어넣어 준다.
아이들의 생각과 꿈이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미술교육! 박지은 대표가 지향하는 그러한 미술교육은 아이들의 성장시기와 성향에 맞는 교육을 찾는 것에 그 핵심적인 포인트가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아이들에게 일정한 사이클, 공정된 프로그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전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미취학아동이었던 꼬마아이들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까지도 자신의 생각과 꿈을 이 곳 창작갤러리에서 키워가게 돕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꿈이 존중받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창작갤러리’ 박지은 대표의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은 미술을 접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때이다.
“재능과 창의성이 있는 아이가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조형적으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또 미술활동에 두려움을 느끼고 싫어하던 아이가 점점 흥미를 느끼고 즐기는 모습이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거나 낮선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주도적으로 방법을 찾아가는 태도를 갖추게 되었다는 학부모님을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한편 박 대표는 미술원 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아이들과 같이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자유로운 창작의 경험을 더 넓게 확대시키기 위해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예술가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시 공원조성작업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지금도 사회공헌사업들을 진행하고 있고 이것은 박 대표의 또 다른 보람이 되고 있단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날마다 박지은 대표는 그 고민을 한다.
미술이라는 직관적인 창작활동을 통해 꿈과 상상을 실현해 내는 힘과 능력을 경험하고, 때로는 꾸준함으로 얻어지는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이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다는 박 대표.
박지은 대표의 바람과 같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세상, 다른 사람의 표현에도 귀 기울여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행복한 아이들이 많이 배출되는 ‘아이들의 창작갤러리’가 되길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