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낸 ‘소추 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이라는 의견서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대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고 그녀가 여러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음”이라고 적었다.
가정주부? 본 기자는 이 황당한 의견서의 “가정주부”라는 단어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떤 나라의 가정주부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고, 외교권을 지휘하고,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국가의 세금을 맘대로 쓰고, 정부부처의 인사권을 쥐고 장관을 임명한단 말인가?
변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가정주부라는 소리에 이 땅의 수많은 주부들은 황당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의 손으로 설거지를 비롯한 집안일을 한 번이라도 해보긴 했을까 의심이 되는 박 대통령이 과연 가정주부의 애환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싶다.
가정주부의 삶은 고달프다. 아침 일찍 제일 먼저 일어나 온 가족의 아침식사를 맡고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에 가면 밀린 빨래와 집 안 청소를 시작한다. 오후엔 찬거리를 사러 장을 보러 가고 이불을 말리고 설거지를 하고 화초에 물을 주며 집안 곳곳의 고장 난 곳 관리를 한다. 각종 고지서를 모아 계획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교육을 맡음과 동시에 저녁 준비도 해야 한다. 저녁 늦게 돌아오는 힘들고 지친 남편을 위한 말 동무, 가끔씩은 술 상대도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가정주부다. 한 가족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가정주부의 삶도 그리 편치는 않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가정은 붕괴되고 있다. 전통적인 농경 대가족 사회에서 7~90년대 산업화의 영향으로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많아지며 우리의 가족형태는 핵가족화가 되었고, 치솟는 물가에 살림살이마저 팍팍한 오늘날에 와선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고가의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가장들은 가족 해체를 무릅쓰고 기러기 아빠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생 이별을 한다.
재산에 여유가 없는 가정들의 어머니들은 가정주부는 커녕, 매일 자녀들을 돌 봐주지도 못한채 매일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을 하루에 보는 시간이 거의없다 시피하다. 그렇게 자녀들과의 시간은 소원해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들이 일어나고 봉합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가정이 많다. 심지어 갈등이 곪아 터져 부부의 이혼을 비롯한 아이들의 가출, 심지어 가족과의 폭력과 살인도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시간을 끼고 있는 우리나라. 가족원들끼리의 갈등을 해소 할 만한 시간조차 모자란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가정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국정파탄의 주범인 본인과, 본인과 같이 권력을 나누었던 최순식에게 가정주부라는 소리를 할 수가 있는가? 가정주부들의 애환을 언제 한번 겪어는 봤었던가? 그들의 삶을 생각은 해본 적이 있는가?
함부로 가정주부라는 소리를 하지 말길 부탁드린다.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안 그래도 힘들다. 그들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노력도 안한 사람이, 자기가 선거때 내뱉었던 공약을 하나도 안 지킨 사람이 그런 망발은 제발 삼가주길 바란다.
정치인들은 일상의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런 일상적인 국민의 삶을 살고 있는가? 버스비, 지하철 요금도 모르고 자기 손으로 뭘 사 먹어 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매번 선거철만 되면 시장엘 가고 대중교통을 타고 시민들이랑 악수 한번 하려고 춤도 추고 쇼도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정치인, 당신들을 선출한 진짜 권력은 바로 국민들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