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같은 사단 소속 상병 2명의 동반 자살사건 이면에는 군의 관리 부실도 한 몫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오후 동반 자살한 28사단 이모(23·B급 관심병사) 상병과 이모(21·A급 관심병사) 상병이 두 달 전에 자살을 예고했지만 분대장인 상병이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 B급 관심병사로 일찌감치 집중 관리를 받고 있었음에도 동반자살 언급이 철저히 무시될 만큼 군의 관리 체계가 허술했던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12일 “동반자살한 병사 중 이(21) 상병은 6월말께 후임병(일병)에게 ‘8월에 동반자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후임병이 분대장(상병)에게 보고했지만 분대장은 간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21) 상병의 메모에서 언급된 김모 상병도 같은 부대 내무반을 쓰는 A급 관심병사로 밝혀졌다. 동반자살한 상병들도 A,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에서 관리해왔었다.
이 관계자는 “자살한 이모(21) 상병의 메모에 등장하는 ‘김00’도 같은 부대(28사단 예하 대대의 본부중대) 선임병(상병)이었다”며 “김 상병도 복무부적응, 극도로 소심함, 질책에 대한 불안 등의 이유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상병은 지난해 7월30일 전입해 사망한 병사들과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했다”며 “이(21) 상병과 김 상병은 관심병사 관리 차원에서 비편제 보직인 행정보조병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기 내무반에는 동기들만 쓰는 데) 확인해보니 해당 내무반은 옛 막사건물이라 동기(상병)와 병장 등 24명이 함께 쓰고 있었다”며 “일부는 아직 현대화가 안 돼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상병은 사건 당일인 11일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했으며 현재는 군 헌병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이(21) 상병이 남긴 메모에 대해 “확인 결과 3장의 메모가 발견됐다. 6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기록이 담겨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고 있다”며 자살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며칠 후면 확인될 것”이라고 답했다.
육군에 따르면 이(21) 상병의 경우 지난해 11월11일 부대를 이탈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돼 지난 1월14일 선고유예처분을 받았던 전력이 있었다. 유예처분 이유는 복무부적응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후 바로 석방돼 대대 본부중대로 전속되면서 자살 병사들과 함께 근무했다.
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관계가 나쁘다 말할 수도 없다”며 “동료들 진술 등을 보면 김 상병과 자살 상병들간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헌병이 김 상병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속히) 확인될 것이다”고 말했다.
자살 병사들의 동성애자 의혹에 대해서는 “면담기록지에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성 정체성 부분에 대해 일부 멘트가 있었지만 정확한 것은 추가로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 동성애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검에 대해서는 “(당초 오늘 하려 했지만) 양측 유가족이 반대해 부검은 하지 않고 11시55분부터 13시15분까지 검시만 했다”며 “유가족들도 목을 매 숨진 것 외에 가혹행위 등 특이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6월3일 중대장이 A급 관심병사였던 이(21) 상병에 대해 현역부적합 결정을 내리려 했지만 어머니가 반대해 하지 않았다. 끝까지 제대로 군 복무를 마치길 원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10시24분께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에서 휴가를 나온 이(23) 상병이 같은 중대의 이(21) 상병과 함께 천장에 매달린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숨진 곳은 이(23) 상병이 누나와 함께 살던 집으로 이 상병의 누나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23) 상병은 부대 복귀 예정일인 11일 복귀를 하지 않았고 이모(21) 상병은 14일에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 3일과 6일 각각 휴가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