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열정, 감성. 자신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누구보다 ‘빵’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감성’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스윗부띠끄 김수진 빵집마케터를 만났다.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어야 아름다운 ‘다육이’에 자신을 빗대며 나누는 공유의 힘을 전하는 그녀가 말하는 빵집마케팅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빵의 이름부터 장식, 세심한 것부터 시작되는 마케팅
돌 사진을 찍으며 울던 아기에게 단팥빵을 쥐어주자 울음을 뚝 그쳤다. 그때부터 빵에 대한 외사랑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김수진 마케터는 어린 시절 일화를 이야기하며 빵집 마케터로서의 신념을 드러내보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회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빵에 대한 진정성을 이야기 했다.
“빵은 한 끼의 식사가 될 정도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식품입니다. 하지만 먹거리를 먹거리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모습이 좋지 않았어요. 물론 올바른 마케팅을 통해 그 수익을 만들어낸다면 가계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3개씩 오픈하는 대기업 가맹점 속에서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생기기도 하고, 우리 밀을 활용해 농가에 도움을 주겠다는 목적보다는 그 네임 밸류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연 이게 진정한 마케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바게뜨의 카페 콘셉트를 계획하고, SPC 르뽀미에, 마인츠돔 마케팅 컨설팅을 담당했던 그녀는 빵이라는 식품과 휴식을 결합한 공간인 카페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성공적인 카페 운영을 위해서는 상권의 특성을 이해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년간 카페 파스쿠찌의 직·가맹점 운영과 관리를 했었습니다. 잘못된 프로모션으로 고전하던 한 매장이 있었는데, 주변 매장보다 가격을 낮추는 머천다이징 마케팅을 적용해 1,200만원이라는 손실을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점의 경우 어떤 공간으로 만들까 중점에 두었습니다. 병원 안의 카페이기에 직원들에게는 먹거리 휴식의 공간이자, 병문안을 오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진료 업무로 바쁜 의사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배달하는 프로모션을 활용했습니다. 이처럼 마케팅은 서비스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보입니다.”
그녀가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대한민국명장 홍종흔 명장의 베이커리 카페인 스윗부띠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의 이름부터 판매하는 케이크와 쿠키의 이름, 오는 고객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힌 수십 권의 쿠폰북 등 세심한 마케팅이 돋보였다.
“홍종흔 명장은 카페가 선물백화점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선물로 하는 보석을 떠올렸고, 보석을 파는 곳인 부띠끄와 보석처럼 귀한 케이크와 쿠키를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스윗부띠끄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특성을 찾아 브랜드로 만들어 드리는 일이 저에겐 매우 즐겁습니다.”
마케터로서 22년 동안은 어디의 김수진이었다면 지금은 김수진의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김수진 마케터. 그녀가 세운 세 가지의 브랜드 메이킹 프레임은 브랜드는 물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개인을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 컨설팅 서클이라고 하는데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리얼리티(Reality),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바라보는 나. 둘째는 아이덴티티(Identity), 내가 되고 싶은 나,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 마지막으로 이미지(Image), 남이 바라보는 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들을 거쳐 브랜드를 만들고, 김수진이라는 저를 마케팅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꿈이기도 합니다.”
나누면 커지는 공유의 힘을 꿈꾸다
보통 꿈이라고 하면 구체적인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존 레논은 ‘Happy’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꿈과 미래는 어떤 것이 되고 싶은 것보다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수진 마케터 역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것을 나누었을 때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몸소 느꼈고, 그 공유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과 끝을 생각하면서 일을 합니다. 성공과 실패 속에서 절반 정도의 불안함과 즐거움을 느끼지만, 개인이 힘이 되고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사회이기에 저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활동할 겁니다. 저의 마케팅이 필요한 곳에서 능력을 나누어주면서 말이죠.”
그녀가 가장 크게 세워둔 계획은 제과제빵사로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이 오너셰프의 꿈을 꿀 수 있는 아카데미와 어린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쑥쑥월드를 만드는 것이다. 빵을 먹었을 때 그 맛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빵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제과제빵 분야 진학률은 8~90%로 높은 편이지만,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나면 2~3평의 공간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일하게 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빵만 만들며 일의 즐거움보다는 고단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오너셰프라는 꿈을 심어줄 수 있다면 제과제빵 분야의 발전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빵을 만드는 기능인이라는 이미지보다 왜 빵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주다 보면 적합한 마케팅을 활용해 개인 베이커리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수진 마케터의 생각이자 바람이다. 또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쑥쑥월드를 통해 파티셰라는 직업을 꿈꾸기 전, 빵에 대한 즐거움을 먼저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동생이 운영하는 ㈜쑥쑥컴퍼니와 함께 맛있는 음식으로, 생각을 키워주면서 아이들이 쑥쑥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그녀의 오랜 꿈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누군가는 김수진 마케터가 하는 일이 끝에 가깝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에게는 아직도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1년에 한 번씩 기부처를 늘려가고 싶다는 마지막 바람을 전하는 그녀에게서 ‘김수진’이라는 브랜드는 숙성을 마치고 오븐에 들어가 빵으로 부풀어 오를 준비를 마친 반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