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發) 환율 공포에 수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수출 중소기업의 90%가 사실상 환 위험에 무방비 노출돼 있어 기업은 물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한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추이를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달러당 1146.8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1.3원 떨어졌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1207.7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새 60.9원이나 급락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0.5∼0.7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인상 신호를 기대했던 금융시장에서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이는 달러화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7일 1090.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연말까지 줄곧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와 트럼프의 ‘강달러 우려 발언’, 금리인상 가속화 등의 기대감이 엇갈리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수출 거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가 이뤄진다. 특히 상당수 중소기업이 환율에 대한 완충능력이 없는 데다가 전체 중소기업의 10% 안팎으로 환위험 관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보다 변동성 확대가 수출기업들의 경영에 더 큰 어려움을 준다.
작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53.7%가 환율 불안정을 주요 애로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전체 수출 중소기업 중 10.3%만이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연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최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