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간의 양심만으로는 해결 불가한 재활용 문제, 인공지능으로 극복이 될까?

사진출처=픽사베이

인간은 돈에 따라 움직인다
1995년부터 실시되기 시작한 쓰레기 종량제. 지금에야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종량제는 쓰레기 처리 문제에 있어 일종의 혁명적인 사건과도 같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버리고 싶은 대로 버리면 그만이었던 것과는 달리, 쓰레기 처리가 비용 문제와 연관이 되기 시작하자 어떻게 해서든 쓰레기를 줄여보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나 ‘돈’ 문제와 결부되자 사람들은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했고 나름 귀찮아 보이는 재활용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환경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 ‘초중고등학교에서 반강제로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나 해당되던 재활용 분리수거가 가정의 일반적인 문화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세월은 흘러 2000년대를 맞이했고 어느 덧 2020년대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 재활용은 이제 익숙한 가정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파트나 주택가에 가보면 곳곳에 재활용 분리수거함이 설치되어 있고 각 가정의 한 공간에는 분리수거를 기다리는 재활용 폐기물들이 한아름씩 쌓여있다. 역시나 사람들은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들어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곧 쓰레기봉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에 힘을 쓰고 있다. 곧 인간은 돈에 따라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양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형식적인 분리수거의 현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정말로 환경문제를 생각하기 때문에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쓰레기봉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분리수거의 결과물을 보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버린다고 했을 때, 내부를 깨끗이 씻어내고 말린 후, 겉에 있는 비닐재까지 완벽하게 벗겨 분리수거를 한다면 그 사람은 전자에 해당한다. 그는 단지 돈을 아끼려 분리수거함에 페트병을 넣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지구를 살리겠다는 각오로 그런 번거로움을 극복한 채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분리수거를 하긴 하는데 오물이 남아있는 페트병, 비닐재가 그대로 붙어있는 페트병을 버린다면 그야말로 지구보존보다는 가정경제를 위해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좋아 가정경제를 위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단 분리수거 통에 특정 용기를 버림으로써 쓰레기봉투 비용을 줄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다음 단계에 이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이다.

물론 분리수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아무렇게나 분리수거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리수거의 원칙에 대해 상세한 안내문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분리수거가 이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분리수거 된 것은 많은데 꽤 높은 비율의 분리수거품들이 다시 폐기물로 버려지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분리수거가 가정 경제에만 보탬이 될 뿐, 환경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심지어 환경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전국에서 발생되는 생활쓰레기는 총 41,247톤가량 되며 그중에서도 한 사람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평균 0.97kg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로, 세계 1위에 해당될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쓰레기 문제는 당장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굉장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 중에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는 어설픈 분리수거의 현실은 인간이 쓰레기 문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이상 인간의 양심에 기댈 수 없기에 –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만남
쓰레기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진다고 한들, 모든 사람이 철저하고 완벽한 분리수거를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바뀌어간다고 해도 ‘나 하나쯤이야’의 마인드 보유자들이 존재하는 한, 분리수거다운 분리수거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그렇지.’라는 회의주의적인 입장으로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이 할 수 없다면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양심’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만나 탄생한 재활용 수거 자판기이다. 수퍼빈에서 제작한 일종의 로봇이자 ‘네프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자판기는 자원순환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네프론의 핵심 기술은 뉴로지니인데 참고로 이것은 카이스트에서 개발된 휴보의 3D 물체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이 인식기술을 통해 폐기물을 선별하는 알고리즘을 시행함으로써 재활용 가능한 것과 폐기물로 버려져야 할 것을 자동적으로 분류해 주는 것이다.

네프론 덕에 이전까지는 어설픈 분리수거로 인해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폐기물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을 통한 정확한 분리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더 많이 분류해낼 수 있게 되었다. 자연히 쓰레기도 줄어들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이전에 재활용 분리수거 기계들은 모양이나 소리, 바코드 등만을 가지고 인식을 했기 때문에 모양이 인식되지 않거나 바코드가 훼손되면 인식이 불가했다. 그러나 네프론의 경우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해도 정확한 판별과 분류가 가능하다. 한편 네프론의 보관 용량이 차게 되면 스스로가 통제하고 제어한 후, 재활용 수거차로 알림을 보내게 된다.

물론 아직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는 할 수 없다. 2016년부터 과천시에 시범사업을 실시한 이후로, 어린이대공원, 서울 동대문구, 경북 의성군, 제주 서귀포시 등에 설치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전 지역에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것들보다 상용화가 어렵지 않은 만큼, 새로운 쓰레기 및 분리수거 문화는 우리의 일상에 머지않아 안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인간은 돈에 따라 움직인다
앞서 종량제 때문에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다시 돈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네프론 역시 재활용품 개수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곧 재활용품을 가져오는 만큼 소액이나마 돈을 벌수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의 양심으로 해결불가능한 일을 대신 해결해 주고, 이것이 보다 활성화 되도록 일종의 경제적인 수법을 통해 사람들을 이 일에 동참시키고 있다. 돈이 되어야 뭔가 행동을 바꾸어간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인간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한 만큼 이렇게라도 바뀌어 간다면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인공지능은 인간의 양심을 대체할 수 없지만, 오히려 양심이 아닌 기계적인 사고에 따라서만 움직이기에 오히려 쓰레기 문제는 더 명확하고 정직하게 처리해 줄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인공지능은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양심이 가져다주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도 기능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우리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주지만, 오히려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가 인공지능 로봇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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