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흔히 미생물은 건강을 위협하고 음식을 썩게 하는, 생활 속 불편을 주는 해롭고 더러운 생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생물은 소화작용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어 모든 생물이 삶을 이어가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몸에는 2,000여종, 개수로는 수백조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미생물의 대부분이 장내에서 존재하지만, 그들에 의한 작용은 몸 전체에 나타난다. 최근 POSTECH 연구팀에서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몸 전체로 신호를 보내는지, 어떻게 골수의 조혈작용을 조절하는지를 밝혀냈다.
융합생명공학부 이승우 교수‧박윤지 연구교수, 통합과정 이승원씨‧김혜강씨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신호가 인체의 다른 조직에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또, 이미징 연구를 통해 골수에 있는 CX3CR+ 단핵구 세포들이 조혈전구세포*들과 접촉하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 성과는 미국혈액학회(ASH) 저널인 ‘블러드(Blood)’의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
*조혈전구세포
혈액세포가 되기 전의 원시세포로 골수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세포군으로 형성된다.
최근 미생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들이 장뿐만 아니라 폐, 간, 뇌, 골수 등 다른 조직에서 생명현상을 조절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 신호가 전신으로 전달되는 방법이나 신호를 받아들여 면역세포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골수의 조혈작용을 조절하여 백혈구(면역세포)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력을 조절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장내의 박테리아 디엔에이(bDNA)를 포함하는 미생물 신호가 혈류를 통하여 골수 내로 전달되며, 골수에 있는 CX3CR1+ 단핵구세포가 이를 인식하는 것을 밝혔다.
미생물 신호를 인식한 CX3CR1+ 단핵구세포는 신호전달과정을 거쳐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인 싸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싸이토카인은 조혈전구세포 수를 조절하거나 미엘로이드 계열로의 분화를 촉진시켜 혈액세포를 만들어 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CX3CR1+ 단핵구세포들이 혈관보금자리*에서 조혈전구세포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골수 내 혈관 주위에 있는 CX3CR1+ 단핵구세포가 미생물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혈관보금자리
혈관 내에 있는 특정한 자리, 혈관 내 미세환경
장내의 미생물이 내보낸 신호가 혈류를 통해 이동하여 골수에 있는 CX3CR1+ 단핵구세포에 의하여 인식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싸이토카인으로 인해 골수의 조혈작용이 조절되는 메카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이승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장내 미생물 신호가 어떻게 장을 넘어서 전신조직 반응을 조절하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장내 미생물 신호 전달 경로를 이용하면 체내 다른 조직의 면역반응을 조절하거나 암, 염증성 질환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BK21 플러스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