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햇볕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쬐는 적도나 고온 지방에서 태양광은 태양전지의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여기서 현재 태양전지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결정형 실리콘계 태양전지에 비하여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유기 태양전지는 일사열에 의해 패널의 온도가 상승하면 발전량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자외선과 식품첨가제를 이용하여 사막같이 극한 환경에서도 열에 의한 효율 감소를 잡는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함으로써 실리콘계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공학과 박태호 교수·통합과정 이준우씨 팀과 UNIST(울산과기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진영 교수·통합과정 김재원씨 팀이 공동으로 식품첨가제를 사용한 친환경 공정에서 자외선 가교결합*을 통한 높은 열안정성을 가진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어냈다. 이 연구성과는 에너지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최신판 온라인판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돼 관심을 끌고 있다.
*가교결합
분자와 분자간에 공유 결합이나 이온 결합처럼 완전한 화학 결합이 형성된 것을 가교 결합이라고 한다.
공정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유기 태양전지 제조 프로세스는 스핀-코팅 기술과 염소화 용매에 의존했다. 이런 용매들은 높은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제조 공정에 적용된 후에 강에 버려지면 강물을 오염시키거나 야생동물을 죽이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유기 태양전지는 지금까지 연구실 단위에서 제조해왔다. 제조 과정 중에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비대칭구조를 이용하여 용해도를 향상시켜 염소 화합물 대신 식품 첨가제로도 사용되는 2-메틸란니솔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비독성 용매를 사용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
안정성 측면에서 연구팀은 유기 태양전지의 재료인 반도체 고분자(P2FBTT-Br)에 자외선을 쐬어 결합시키면 고분자 구조가 고정이 되어 사슬처럼 단단히 묶어 줌으로써 열에 의한 결정화를 억제하여 안정성을 확보하였고, 기존 유기 태양전지 연구에서 쓰였던 풀러렌* 화합물을 비풀러렌 물질로 치환하여 고분자와의 강한 섞임으로 열에 의한 물질 이동 및 엉김도 억제하여 안정성을 더욱 확보하였다. 그 결과, 사막과 같은 극한 조건 하에서도 열과 빛에 의한 효율 손실을 극적으로 줄었다.
*풀러렌(Fullerene)
탄소원자가 5각형과 6각형으로 이루어진 축구공 모양으로 연결된 분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같은 탄소로 이루어졌지만, 다이아몬드나 흑연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졌다.
연구를 이끈 박태호 교수는 “유기 태양전지는 가볍고 값이 저렴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열에 의한 안정성이 낮고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독성물질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자외선 가교 결합 및 비풀러렌 사용과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유기 태양전지를 상용화 및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나노기반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