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가상현실 판타지 게임 ’앱솔루트 베리어‘에서는 전투 시 모습을 숨기기 위해 ’투명망토‘를 이용한다. 이 ’투명망토‘ 물질로 알려진 메타물질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인공원자를 정밀하게 설계해 빛의 성질을 조절함으로써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타물질을 현미경에 적용하여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미터 단위의 아주 작은 분자까지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
메타물질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박사과정 이다솔 씨 팀이 이번에는 메타표면을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에 적용하여 해상도를 높이는 이미징 플랫폼을 제시했다. 이 연구 성과는 광학 및 물리 분야 학술지 ‘옵티컬 머터리얼스 익스프레스(Optical Materials Express)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를 통해 소개됐다.
메타표면은 나노 사이즈의 구조체(Meta-atom)들을 배열하여 만든 작고 얇은 메타물질 구조체를 말하는데, 빛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을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에 적용해 축 해상도(Axial resolution)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레이저에서 입사되는 빛과 메타물질에서 반사되는 빛의 간섭효과를 조절해 아주 작은 영역의 데이터, 즉 축 해상도가 증가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얻은 2차원의 이미지를 쌓아 올리면 정교한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두 물체의 거리가 나노미터 단위만큼 가까워지면 빛의 퍼짐 현상 때문에 현미경으로 보더라도 하나로 보인다.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은 하나로 보이는 두 개의 물체를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로 기존의 광학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에 특정 패턴을 설계하고 형광 현미경에 적용하여, 관찰하고자 하는 물체에 특정 파장의 빛을 쪼임으로써 기존 시스템보다 1.71배 증가된 결과를 얻어냈다.
지금껏 아주 작은 분자나 세포 속까지 관찰하기 위해서는 광학 현미경에 디지털 마이크로미러 디스플레이(Digital Micromirror Display, DMD)나 스페이셜 라이트 모듈레이터(Spatial Light Modulator, SLM) 같은 전자 장비를 적용해야 했다.
메타표면을 활용하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전자 장비를 대체해 수만 원대의 비용으로 초고해상도 현미경(10nm 미만)과 광학 현미경(150~200nm) 사이에 있는 100~150nm 크기의 물체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생물, 나노, 의학, 병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물·물리 현상을 규명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메타표면을 이용하여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이미징 플랫폼을 제시한 것으로 메타물질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한 것”이라며 “앞으로 초박막 메타표면의 장점을 활용하여 집약된 이미징 시스템이나 광학 소자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한-오세아니아협력기반조성사업, 중견연구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ERC)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