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이정민 기자] 한국의 경제 구조를 설명하는 데 있어 수출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전쟁 폐허와 다름없었던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급격한 성장을 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해낸 것은 역시 수출이었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 전쟁 이후 반세기만의 급격한 성장을 이룬 데에도 수출의 역할이 지대했다. 이후에도 국내 경제는 수출 주도형 구조에 따라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는 국내 수출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품목 중 하나였다. 1986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미국에 국산 자동차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에 이어 유럽 등에서 인기를 끌며 1996년에는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 대국으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당시 대우자동차의 마티즈는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원조 자동차 한류 열풍을 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원히 상승세를 지속할 것 같던 국내 자동차 수출의 기세도 2010년대 들어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국내 자동차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구매력이 떨어졌다. 또, 신선함을 주었던 1990년대에 비해 국내 자동차는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지지부진하던 국내 자동차 수출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등장했다. 지난 9월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국내 자동차 수출액은 29억 7600만 달러(한화 약 3조5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5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유지한 수치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무려 4.6%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시장의 갑작스러운 상승세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야심차게 선보이는 전기차의 인기 덕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전기차인 현대자동차의 ‘코나 EV’와 기아자동차의 ‘니로 EV’는 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기차의 선전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 기조와도 시의적절하게 알맞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수출시장구조 혁신 방안’에서 ‘고성장·저위험’의 기조를 통해 수출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수출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여진다. 전기차 수출은 자동차 수출 시장에 새로운 국면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연료인 니켈의 가격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니켈의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 가격 하락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지 못한다면 전기차의 대중화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수출 시장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과거 국내 자동차 업계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활성화 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추세가 조금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과연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등장한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수출시장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전기차 수출의 상승세가 지속 여부와 업계의 배터리 가격 하락 등의 문제 해결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