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박양기 기자] 4차·5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와 플렉서블 폰 등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은데,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는 해당 장비들의 핵심인 유연소자 개발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신개념의 수직 유기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발을 통해 웨어러블‧플렉서블 기기의 핵심인 유연소자를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으로 제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자기기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transistor)는 흔히 ‘수도꼭지’에 비유된다. 좋은 수도꼭지란 열면 물이 콸콸 나오고, 잠그면 즉시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말아야 한다. 물 대신 전류를 흐르게 하는 트랜지스터의 역할 또한 ‘속도’와 ‘스위칭’이 중요하다. 정보 처리를 위해 트랜지스터를 켜면 전류가 빠르게 잘 흐르고, 끄면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유기 트랜지스터는 디스플레이, 센서, 메모리 등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값싸게 대량 생산까지 가능하여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유기 트랜지스터의 고질적 문제였던 낮은 전하 이동도와 안정성을 해결한 연구결과가 최근 보고되면서 기존 무기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주로 광물로부터 얻어지는 무기물과 달리 유기물은 화학 반응만으로 만들 수 있어 소재가 유연하고 제조비용이 저렴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유기 트랜지스터가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기까진 아직 많은 걸림돌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트랜지스터의 전극이 수평으로 배열되어 소자 면적이 넓어져 구동전압과 반응시간이 클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전극에 기생하는 정전용량이 높아 성능이 제한돼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KRISS 임경근 선임연구원과 독일 드레스덴공대 칼 레오 교수 연구팀은 전극과 유기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배열했다.
전자의 흐름을 수직으로 조절하면 이동거리가 수백 배 짧아져 구동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이러한 수직구조에서 핵심은 반도체 층 내부에 있는 투과전극(permeable base)의 성능인데, 연구팀은 기존보다 누설전류를 1만 배 이상 감소시키는 투과전극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투과전극은 소자가 켜진 상태에선 전자를 많이 빠르게 투과시키고, 꺼진 상태에선 누설전류 없이 전하이동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열 성장 등의 방법으로 제작된 투과전극은 미세 나노구조를 제어할 수 없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기술은 투과전극을 통과하는 전자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싸고 복잡한 공정 없이 아노다이징 전압의 세기 조절만으로 투과전극을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산업 응용성이 크다.
KRISS 임경근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로 유기 트랜지스터의 성능이 향상되어 다양한 곳에 응용될 것”이라며 “친환경적인 아노다이징을 활용한 수직 유기 트랜지스터는 저렴한데다 공정이 간단하여 궁극적으로 폴더블폰, 웨어러블 컴퓨터 등의 제조비용도 절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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