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전세훈 기자] 흔히 축구를 두고 ‘감독놀음’이라 한다. 거대한 인프라, 훌륭한 선수도 팀을 이끌어갈 리더가 어떤 능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대항전의 감독은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대항전이라고 해서 꼭 자국의 감독을 고집하지 않는다. 팀을 지휘하는 감독에 있어 ‘우리나라’를 강요하지 않는 아시아의 국가들이 늘어났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부터 베트남 축구의 돌풍을 이끈 박항서 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까지, 감독 자국 출신의 감독이 아니더라도 강력한 리더십과 팀워크의 발현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축구경기대회인 아시안컵의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3일 각 나라의 수장들은 팀을 이끌고 결전의 장소 아랍에미리트(UAE)로 속속들이 도착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감독 파울루 벤투 역시 3일 첫 경기가 열리는 장소인 두바이에 팀을 이끌고 도착했음을 대한축구협회는 밝혔다.
대한민국, 필리핀, 키르키즈스탄, 중국등 C조에 속해있는 국가는 전부 유럽 출신의 외국인 감독으로 팀이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이 조별예선에서 맞붙을 나라의 수장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며 제2의 조국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찾아 온 걸까?
◆ 잉글랜드의 수장, 필리핀으로 돌아오다.
유럽축구나 유럽 국가대항전에 관심이 있던 축구팬들은 스벤 에릭손이란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두 번의 월드컵을 잉글랜드와 함께 참가한 스벤 에릭손 감독이 이번엔 필리핀의 감독으로 아시안 컵 무대에 도전한다.
유럽 강팀의 감독으로 세계 축구에 이름을 남긴 감독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전술적 감각의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도망치듯 중국의 클럽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작년 10월 필리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베트남이 올린 동남아 축구의 열기를 이어받아 필리핀을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시키며 본인이 아직 건재함을 축구계에 알렸다.
피파랭킹 117위로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필리핀을 이끌고 과거 영광의 시대를 재현해 낼지 궁금증이 커진다.
◆ 명장의 몰락, 리피의 중국화?
2006년 독일월드컵, 이탈리아는 당대 최고의 선수 지네딘 지단이 버티는 프랑스를 결승에서 누르고 우승했다.
숱한 유럽 빅리그 우승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업적을 이룩한 리피감독은 이탈리아의 명장 중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거액의 연봉과 함께 중국 대표팀의 감독직을 맡게 되면서 중국축구와 함께 리피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대한 관심으로 중국축구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투자와 시장을 형성하며 능력 있는 선수의 발굴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다.
리피 감독은 중국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중국 축구의 더딘 성장세로 인해 축구팬들의 관심은 중국 축구의 성장보다 리피감독 부활이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 키르키즈스탄, 자국 클럽팀 감독을 그대로 선임하다.
아시안컵 첫 출전인 키르키즈스탄은 2014년부터 자국리그의 클럽팀 감독이던 알렌산드르 크레스티닌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러시아 출신의 크레스티닌 감독은 팀을 맡은 지 4년 뒤 아시안컵 본선무대 진출을 확정시키며 본인의 능력을 입증했다.
피파랭킹 91위의 약체로 평가되는 키르키즈스탄이지만 러시아감독과 자국어가 러시아어인 선수들의 소통이 원활한 점은 전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팀을 사로잡는 리더십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키르키즈스탄이 첫 출전한 아시안컵에서 기적을 꿈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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