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손은경 기자] ‘가짜 권양숙’에 속은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지킨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이 사안에 대한 상의를 하지 않고 바보같은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이 보도된 이후 윤 전 시장이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간 윤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부적절해 기자들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팔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시장은 5일 뉴스1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모씨에게 네 차례 걸쳐 4억5000만원을 송금했다.
뉴스1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식들이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5억 원을 빌려달라’는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윤 전 시장이 확인전화를 하자 김씨는 권 여사 행세를 하면서 “지인을 보낼테니 만나보라”고 했다고 한다.
윤 전 시장을 찾아간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뿐만 아니라 권 여사의 딸인 노정연씨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 온 몸이 얼어붙었다.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외부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되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이 사안에 대한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전 시장은 이에 거액을 김씨에게 송금하고, 김씨 자녀의 채용을 도왔다고 시인했다. 김씨의 아들(27)은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 임시직으로, 딸(30)은 광주 한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딸은 현재 학교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윤 전 시장은 “‘노무현의 아픔을 안아야 한다’는 생각에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판단도 잘못했다.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권 여사 사칭 사기꾼’에게 거액을 송금하고 채용청탁을 들어준 것은 ‘공천’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시장은 “바보처럼 사기를 당했는데 수사당국에서 ‘공천’으로 연결지어 참담하다”며 “말 못할 상황이라고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고 해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빌려줬다면 ‘흔적’이 남는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공당의 공천 과정을 아는 사람은 이같은 연결이 말도 안된다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 전 시장은 “자랑스러운 광주역사에서 광주시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는 자체가 시민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은 다음 주 중 검찰에 출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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