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국민청원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이후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하여 19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신설하였다.
국민의 목소리를 가까이 듣겠다는 취지로 탄생한 사회 문제와 이슈에 대한 공론화의 장으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19만 건이 넘는 다양한 사회 문제 혹은 이슈들이 올라와 국민 여론을 주도하고 사회 제도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기여했다.
하루 평균 700개가 넘는 청원이 접수되고 사실 상당수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 정부나 행정부 또는 관계 기관의 고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하지만 정작 답변 동영상의 조회 수는 10만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 청원의 내용을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거나 사회 공론화의 요소가 아닌 글도 다수 섞여 있어 ‘이슈몰이’의 도구로 전락하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청원’은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로서 가장 절정에 달하는 사회 이슈부터 사소한 민생 현안까지 다룸으로써 국민 사이에서는 이미 충분히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50,000건을 넘는 청원 중에는 불필요한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취업 사기를 어디에 호소할지와 같은 민원성 얘기부터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달라 혹은 히딩크 감독을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다시 영입하자거나 중국집 고춧가루도 포장해 달라는 장난성 요구도 있다.
국민 청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노년층에게는 여전히 난공불락의 영역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네이버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아이디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활동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소셜 아이디가 없는 고령들은 국민청원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청원은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농산어촌, 보건복지, 육아/교육, 안전/환경, 저출산/고령화대책, 행정, 반려동물, 교통/건축/국토, 경제민주화, 인권/성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기타 등 1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이 중에서 인권/성평등과 정치개혁 카테고리의 호응이 가장 높다. 청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모일 경우에는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30일 이내에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 청원의 롤모델인 백악관의 ‘위 더 피플’은 30일 동안 10만 명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국민 청원이 총족 요건의 기준이 높은 편이다.
2018년 5월에는 4월 13일까지 약 8개월간 제안된 국민청원 16만 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아기’, ‘여성’, ‘정책’ 등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건을 넘는 답변들 중에서 ‘인권/성평등/ 분야가 가장 많았다.
지금까지 53개의 청원에 대해 답변이 이루어졌으며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 ‘김성수의 심신미약’이 크게 사회적 이슈화 되면서 ‘심신 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국민청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때로는 과도한 사생활을 거론하며 특정인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거나 스포츠 선수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은 국미청원의 본래의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 예를 들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일명 ‘왕따 사건’의 주범으로 몰린 김보름 선수에 대해 ‘인성이 결여된 자들’이라고 비난하며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국제대회 출전 정지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었다.
또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에서 기대 이하의 부진을 보였던 손흥민 선수와 신태용 감독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은 국민청원의 공공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적 ‘화풀이’의 수단으로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뜻밖에도 월드컵 대표팀이 세계 최강팀인 독일팀을 2:0으로 완파하자 대뜸 ‘손흥민 군대 면제’청원이 큰 반향을 끌기도 했다. 이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합법적인(?)군 면제를 받았지만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대해 포상과 징벌의 경계로만 인식하며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은 또한 ‘국민청원’이 극복해야할 문제로 떠올랐다.
국민 청원이 여론을 만들거나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에 따른 역기능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의 비교적 수월한 접속 기능에 대한 일정한 제지 기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고 ’20만’ 동의에 대한 기준치를 낮추자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 청원으로 인해 ‘구제’되거나 사회 제도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가 긍정적 공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국민청원’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