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는 자라고 있는 현재가 아니다. 생명은 그 몫을 다했고 흔적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거세된 남근 같은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노쇠한 노인의 한줌의 휴식이 되어주는 쉼터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무의 나이테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바라본 느낌이 무척 새롭다. 혈액을 가득 감싸고 생의 여로를 물컹하게 건너는 붉은 빛이 나무의 결 따라 흐르는 나이테. 한 번의 이미지로 나무의 생과 사의 경계가 한눈에 보인다. 인간의 몸은 엉겨 붙어 있는 혈관속에서 복잡한 질서를 유지하는 반면 나이테는 혈관이 일렬종대의 결연함 속에서 무언의 영감을 주는 듯하다. 복잡함이 주는 생동감과 단순함이 주는 안정감이 미묘한 교차 속에서 우리 몸처럼 얽힌 사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사건이 오늘 또 발생했다.
28일 오늘 BHC 본사 앞에서 전국의 점주들의 본사의 횡포를 폭로했다. BHC 치킨의 모델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전지현이었다. 그녀가 닭다리를 뜯으면 대한민국 국민들도 전지현의 손 안에 있는 닭다리에 열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광고를 위해 그리고 수익의 증대를 위해 대부분 톱스타를 기용하고 그들에게 엄청난 모델료를 지불한다.
모델료를 포함한 광고비는 총 17억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본사가 홍보비를 명목으로 점주들에게 징수한 돈은 240억원에 육박하지만 17억원의 홍보비 집행 이외에 남은 홍보비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눈먼 돈’으로 사라졌다. 회령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2만원에 구매한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6만원에 되팔아 세 배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본사의 납품을 빙자한 사기를 의심할 만하다.
프랜차이즈의 본사가 지점과 상생 대신 ‘살생’을 도모하며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자신의 편익으로 횡령한 사기를 친 사건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일전의 갑질로 유명한 ‘미스터 피자’ 정우현 회장과 대한항공의 기내식 납품을 대가로 통행세를 징수하여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가 그 예이다.
전 재산이 5천억 원에 육박하는 효성그룹의 조현준 회장이 홍콩에서 200만원 어치 쇼핑을 하면서도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또한 국내 최대의 항공사 오너인 조현민 조현아 두 딸들이 가장 몫이 좋은 건물 1층에 커피 브랜드 ‘이디야’의 매장의 점주였다는 사실을 보면 자본가의 탐욕과 양심은 그들의 재산과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상공인들과 대기업의 불균형 그리고 본사와 대기업의 갑질의 역사는 여전히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으며 법은 그들의 편이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지분으로 대기업을 지배하는 ‘황제 자본주의’가 개선되고 있지 않은 채 국민들의 의식과 각성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괴리의 틈바구니에서 소송과 고발 그리고 저항은 대한민국만의 결코 간단하지 않은 ‘나이테’를 이어가고 있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