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개발머신⌋ 을 통해 해외 커피 시장에 한국의 개발력을 알리고 싶다
이제는 사실 커피가 지루하고 재미없는 장르가 돼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카페가 너무 많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누군가를 기다릴 때 밖에서 서 있지 않고 가까운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먹으며 기다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처럼 커피의 소비는 지속적이겠지만 커피 업계 입장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최근 커피 매장은 두 종류로 극명하게 나뉘는 추세다. 대량 생산과 유통 마진을 줄이고 맛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두를 사용한 가격이 낮은 커피를 파는 매장과 고급 원두와 로스팅 기술, 바리스타의 손기술 등으로 퀄리티를 높인 높은 가격대의 커피를 파는 매장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혹은 자신의 니즈에 따라 선택의 폭이 늘어난 것이다.
고급 커피의 일반화 역시 트렌드다. 2011년까지만 해도 많은 이가 알지 못했던 더치커피, 핸드드립 커피가 이제는 널리 퍼지는 것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가 됐을 정도다. 시장의 많은 이가 알고 있다는 뜻인데, 매장에서 이를 활용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는 말로 피앤디시스템 서영준 대표는 자동드립커피머신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핸드드립은 비싸게 먹을 수밖에 없는 커피입니다. 가격적인 부담 때문에 먹고 싶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에스프레소 음료인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먹는 사람이 많죠. 그런 사람들에게 더치 커피를 좀 더 빠르고 간단하게, 그리고 지금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매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매장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이 장비 개발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자동드립커피머신은 피앤디시스템에서 개발한 반도체 장비를 설계하는 기술과 드립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기술이 융합된 장비다. 기존에 직접 손으로 해야 했던 핸드드립 커피를 마치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커피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드립 커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 해도 이미 핸드드립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분명 에스프레소머신으로 추출해내는 커피보다는 향이 좋고 맛이 더 좋겠지만,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음료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이 많이 찾아올 경우 곤란하기도 한 것이 핸드드립 커피다.
핸드드립 위주의 커피를 주메뉴로 지정해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사람들이 가게에 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인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빠른 회전율에 유용하지 않은 핸드드립 커피의 특징이 미치는 영향이다. 줄 서서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고 나온 커피를 은은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괜찮을 거다. 정말 질 좋은 차를 마실 때 차 맛이 우러나올 때까지 긴 시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매장의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음료를 빨리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있거니와 빠른 회전율이 매장의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기에 핸드드립 커피를 메뉴에 넣는 것이 큰 고민이 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과거 더치커피 카페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서 대표는 커피 업계에서 일하는 중에 한국 커피 기계 시장이 약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에 직접 장비 개발을 시작하게 됐고 커피 산업에서 90% 이상을 다 수입해온다는 사실을 자체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흐름을 바꾸는 계기로 만들려 한다. 커피 산업에서도 수입만이 아닌 수출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국이나 유럽 쪽 이탈리아 혹은 미국 쪽과 비교해 한국 커피 시장이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서 대표는 제품 개발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많이 만들던 기존의 장비들과 달리 단편적인 내용들을 기억시켜 기계에 적용시키는 것이 이 장비의 핵심입니다. 핸드드립은 버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나무젓가락 같은 것이 아닙니다. 물의 온도와 물을 돌려가며 부어주는 시간, 뜸 들이는 시간 등이 바리스타마다 다른 것인데 많은 장비들이 그 부분을 놓치고 있습니다”
설계 자체는 다른 장비와 큰 편차는 없지만, 조작패널과 단계 단계가 입력돼 있는 시스템이 장비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핸드드립을 만드는 순서를 모두 조작패널로 한눈에 볼 수 있고 그 과정 중에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버튼이나 숫자 조작을 통해 매뉴얼화 할 수 있다. 그렇게 디지털화 작업이 된 후 추출되는 커피를 받아 놓는 용기만 자리에 올려두고 버튼만 누르고 다른 음료를 만들거나 설거지를 할 수 있는 현실에 유용한 장비가 되는 것이다. 설비는 전체적으로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에 세밀하고 정밀하다. 프로그램 관련해서 인터페이스 같은 경우도 일반인 누구나 쉽게 알아보고 조작하기 쉽게 제작됐다. 제품 개발 측에서는 10분의 설명만 듣는다면 누구나 기계를 운영할 수 있는 장비라고 말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에스프레소 시장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는 추세다. 스페셜 티나 커피 같은 특별한 음료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수요에 맞춰줄 장비의 필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드립 커피의 경우 만드는 동안 다른 음료를 만들지 못하는 시간적 문제가 먼저 떠오르지만 다른 문제가 또 있다. 맛의 차이다. 손으로 만드는 음료기에 처음 만든 음료와 두 번째 만든 음료가 같은 맛이 날 수가 없다.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 사장 중 핸드 드립을 시도했다가 고객의 컴플레인으로 곤욕을 겪은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분명 같은 원두를 쓰고 같은 사람이 만드는 커피인데 맛이 왜 다르냐는 말에 바리스타는 당황스럽고 대처할 방법이 없어 곤란하다.
미국에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푸어 오버 형식의 드립커피를 파는 프렌차이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 드립 커피보다 맛은 좀 덜할지 모르나 일정한 커피 맛을 내는 노하우를 통해 고객들 사이에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보다 더 혁신적인 것이 서 대표는 자신의 자동드립커피머신이라고 자부한다.
“드립 커피는 누구나 쉽게 내릴 수 있겠지만 누구나 쉽게 맛을 내지는 못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핸드드립 커피의 세계란 서 대표의 말은 자동드립커피머신을 통해 많은 이들이 쉽고 편하게 드립 커피를 대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시중에 나와 있지 않은 제품을 새로 개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벤치마킹을 할 제품이 없으니 디자인부터 기술까지 전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높이가 안 맞아서 작동하지 않았던 것부터 회전이 되지 않는다거나 원하는 대로 통제가 되지 않은 적도 있고 물이 갑자기 쏟아져 나온 적도 있다고 서 대표는 힘들었을 수도 있었던 실패 사례들을 웃으며 얘기했다.
또한, 커피 장비라면 피해갈 수 없는 위생적인 문제에 있어서 특히 신경을 많이 쓴 장비다. 대부분을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이물질이 자체적으로 잘 안 붙게 만들었고 반도체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많이 써 제작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위생적으로는 문제가 없게 제작하려 늘 신경 쓴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프로토타입 제품이 개발될 수 있었고 현재 기술 특허 2개, 디자인 특허 3개를 취득한 경과를 보이며 시장으로 나갈 일만 남기고 있다.
서 대표는 구체적인 장비의 가격을 사양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800만원 전후로 언급했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라며 해외 장비 가격 평균이 1300만에서 1500만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에 관련해 50~60%를 맞추려고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술력이 집약된 장비다. 가격이 저렴하면 그것은 사실 그 장비가 싼 소재를 사용했고 그만큼의 기술력이나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안 된다. 특히 디자인에 관련해서 서 대표는 한국에서만의 제품 유통이나 거래를 생각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세계로 뻗어 나갈 제품으로 개발하려고 처음부터 방향을 잡았었고 특히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통되는 커피 장비가 많은데 반대로 한국의 장비가 수출되는 모습을 꼭 만들겠다는 말에서 서 대표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장비 회사에서 한국의 한 업체에 독점권을 주고 컨테이너 하나씩만 거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다른 회사가 우리가 다섯 컨테이너를 계약해줄 테니 우리에게 독점권을 넘겨주라고 하면 독점권이라는 단어 뜻이 무색하게 그 국가에서는 업체를 쉽게 바꿔버립니다. 그러면 먼저 거래했던 회사는 물론이고 그 업계 자체가 침체되고 어려워지는 것이 지금 한국의 실정입니다”
한국에서 커피 장비의 생산라인이 있는 곳도 거의 없고 자체적으로 AS를 해주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체 개발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마치 농부가 된 기분이라는 말을 서 대표는 덧붙였다. 해외에서 쌀을 사 오는 것이 더 싼 시장이 형성됐다 해도 우리나라에 농부가 존재해야 하고 고유의 쌀을 생산해 내야 하는 이유가 있듯이 기술개발도 그런 면을 좀 더 시장성을 키우고 투자해야 한다고 서 대표는 주장했다.
2016년 11월 서울카페쇼에 참가한 피앤디시스템은 장비의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기술이고 상상만으로 했었던 장비라는 평가를 받았고 외국 바이어들에게도 큰 호응을 보이며 장비의 미래를 본 서 대표는 앞으로 개발보다는 시장 유통의 준비를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샷은 진하면서 향이 잘 안 나죠. 더치커피는 순한 맛에 향이 있는 겁니다. 드립 커피는 또 다릅니다. 진하지만 향이 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커피 원두에 의한 맛 차이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장비의 역할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기에, 앞으로 늘어갈 수요에 맞출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핸드드립을 통해 프랜차이즈를 내는 카페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분명 여럿 있다. 많은 방법으로 드립 커피를 빠르게 고객에게 제공하려 하고 있지만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결국 핸드드립이라는 뜻 자체는 손을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과 맛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에 미친다. 장비를 통한 도약이 분명 필요하고 그들도 손을 벌릴 때가 찾아올 것이다.
한편, 이런 개발 사업에 있어 정부의 지원은 늘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정부의 지원은 분명 존재하고 받을 수 있는 방법 또한,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기에는 조건과 합리성이 현실과 좀 떨어지는 점을 느낀다는 말을 함께 했다.
중국에서는 기술 개발을 위해 우리나라의 기술을 영입하거나 투자하고 합작을 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기술을 흡수해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만들고 그렇게 회사가, 나라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추세다. 피앤피 시스템 서영준 대표는 우리나라 역시도 커피 시장에서 소비하는 모습이나, 가격 경쟁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한국의 시장 자체를 활용해 한국의 높은 기술력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커피는 우리의 일상 속에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중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다이아몬드는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비싼 보석이지만, 관심 없고 무지한 자에게는 그저 반짝이는 수많은 돌 중 하나일 뿐이다. 활성화된 한국의 커피 시장의 가치에 대해 우리는 너무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