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물든 페미니즘, 상업주의 벗어날 수 있을까

“I’M NOT A WOMAN THAT’S AN ATHLETE.
I’M AN ATHLETE.”
-난 ‘여자’ 운동선수가 아니다.
나는 운동선수다.

[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위 문구는 미국 농구선수 스카일러 디긴스(Skylar Diggins)의 말을 인용한 나이키 프로 브라 지면 광고다.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Feminism)과 광고(Advertising)가 합쳐진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강한 여성상이 여성들에게 지지를 얻고 선호되면서 소녀(Girl)와 ‘반하다’라는 뜻의 크러시 온(Crush On)을 합성한 단어인 걸크러시(Girl Crush)도 음악과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요소에 접목되어 나타나며, 누리꾼들의 SNS와 댓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 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페미니즘의 확산에 기인하고 있다. 스포츠와 영화 등 문화계를 넘어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었으며, 서울시장 후보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며 입후보한 후보도 나타났다.

큰 이슈가 됐던 ‘미투운동’, ‘여혐’, ‘남혐’ 등 성차별과 관련된 가치관과 이슈들은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벌어진 움직임과 변화로 인해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실제 과거에 비해 여성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확대되고 사회 활동이 증가하면서 광고업계에서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펨버타이징을 당연한 선택으로 여기고 시행하고 있다. 독립적인 경제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한 여성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등의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늘리고 있으며, ‘그녀(She)’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쉬코노미’라는 합성어도 등장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의 평균 월급여는 지난 2008년 141만3천원에서 2017년 194만6천원으로 30%가 넘게 증가했다. 여성 1인 청년가구(25~39세) 월평균 소비지출 또한 125만원으로 남성(110만원)보다 크게 나타났다.

기업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의식해 어느 때보다 ‘평등’과 ‘차별’에 민감하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대놓고 드러내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 패션 브랜드에서는 티셔츠에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패션쇼에 등장시킨 바 있다.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매드맥스’, ‘원더우먼’, ‘오션스8’ 등 강한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사진=네이버 영화)

국내에서 흥행하는 외국영화에서도 강하고 당당한 모습의 여성이 나오는 영화들이 흥행을 이루며 문화 소비에도 페미니즘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페미니즘의 개념을 잘 인지하지 못한채 유행어처럼 페미니즘을 외치며, 잘못된 성향의 페미니즘 운동을 무분별하게 따라하고 받아드리는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페미니즘을 팝니다'(앤디 자이슬러 지음)이라는 책에서는 페미니즘이 마케팅의 수단이 되어 ‘시장 페미니즘’이라는 표현으로 페미니즘의 변질과 상업화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치와 분리돼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사회의 변화를 도출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원론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과 자아실현에만 초점을 맞추는 페미니즘을 뜻하며, 상업화된 페미니즘을 지적하기 보다 상업화된 페미니즘의 확산을 실제 사회적인 변화로 받아드리는 부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형태와 방향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며 이어져 온 페미니즘은 친구와 가족 관계에서 갈등을 보일 정도로 큰 가치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상업적인 모습으로도 크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다소 극단적인 성향의 페미니즘과 역차별적인 저항 등은 페미니즘 본래의 가치를 망각한 채 페미니즘의 한계선을 긋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는 가운데, 본질을 잊은 채 껍질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