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해외 이주 여성들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받고 있을까. 실제로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인권위와 여성가족부 등이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계속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22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여성, 이주민, 노동자’로 복합적인 차별 피해를 겪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구제,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인권위가 지난 2016년 실시한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 숙소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거나 잠금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등 주거 공간은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한 환경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남성 1명과 여성 5명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주가 방 두 개짜리 숙소를 제공, 여성들 방이 좁다는 항의가 들어오자 “여성 중 2명은 남성 방을 쓰라”고 했고, 이에 재차 항의하는 여성들에게 “같은 나라 사람인데 무슨 문제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식별, 성희롱·성폭력 피해 시 고충처리 절차와 사업장 변경 가능 사실 등 관련 교육과 정보가 제공돼야 하나, 인권위와 기타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사장님이 몸을 건드리면 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였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해 ‘말로 대응하거나 그냥 참았다’ 등 소극적인 대응방법이 40%이며, 관련단체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적극적인 대응방법은 8.9%로 매우 낮아 여성 이주노동자가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지원제도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하고 있어 출산 전후휴가, 육아휴직제도 등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임신,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기본권이 여성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확인됐다.
따라서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남녀 분리된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 강화 및 미비한 사업장의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 허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태 점검 및 다국어 교육자료 개발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지원제도 강화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사업장 변경 사유 확대 및 필요조치를 고용센터에서 주도적으로 시행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 준수 실태 점검 및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의무교육 등 지도·감독 강화할 것에 대해 제도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이주여성의 폭력 피해를 전담하는 종합상담소를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하고, 관련 상담과 지원서비스의 연계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 이주여성 권익보호 부서 최지윤 주무관은 “인권위의 권고안을 수용하여 2019년 이주여성 폭력 원스톱 상담센터를 개설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보호시설 32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시설과 이주여성 폭력 상담센터를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며 고용노동부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다누리 콜센터를 홍보해 피해사실을 언제든지 알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투(#Metoo) 운동으로 여성 성폭력과 성희롱 피해 사실이 전해지고 여성권익 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주 여성노동자들의 권익도 보호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