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재미는 덤. 배우 현빈과 유해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공조’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지난 2014년 ‘역린’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현빈은 지난 부진을 극복하려는 듯 칼을 갈고 ‘공조’에 임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북한 특수부대 형사 림철령이다. 외모부터 눈길을 끈다. 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에 검게 그은 얼굴은 주로 재벌 역할에 출연한 현빈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액션은 더욱 놀랍다.
변신한 현빈과 달리 유해진은 익숙함을 택했다. 그는 생계형 남한 형사 강진태로 출연해 림철령과 북한에서 위조지폐 동판을 훔쳐 달아난 범죄 조직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쫓는다. 작품과 캐릭터는 다르지만 유해진은 전작에서 봤던 바로 그 모습이다.
서로 다른 이념과 성격을 가진 두 형사가 만드는 이질감은 관객에게 신선함을 준다. 이질감이 사라지고 진짜 한팀이 됐을 때 만드는 호흡은 멀리는 영화 ‘투캅스’, 가까이는 영화 ‘의형제’에서 느끼는 재미다.
‘공조’는 현빈의 ‘진지함’과 유해진의 ‘코믹’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모든 연령대의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런 적은 처음 ‘현빈, 유해진 집까지 찾아가 친분 쌓아’
작품 출연은 현빈이 먼저 확정 지었다. 이후 강진태 역으로 유해진이 합류했다. 현빈은 “언젠가 같이하고 싶은 선배”였다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현빈이 먼저 유해진 집으로 찾아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이는 현빈의 매니저도 당황한 사건이었다.
>> 현빈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어요. 그날 촬영이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났고 간단히 회식하며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다들 헤어지는 분위기에서 저는 해진 선배와 좀더 시간을 갖고 싶어 전화하고 집으로 찾아갔죠. 사실 한번도 안 해본 행동이었어요. 낯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것 같아요.”
>> 유해진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웠어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괜히 촬영장에서 친해지려고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그날 시간을 가진 덕분에 금세 친해졌죠. 영화 작업 초반이니 주로 ‘쉴 때 뭐하냐’ ‘끝나고 뭐 할 거냐’ ‘여행 간다면 어디 갈 거냐’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낸 덕분에 다음 촬영부터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기억나는 건 우리 집에서 술 먹고 다음 날 동네 식당에 갔던 거예요. 현빈이가 잘 먹더라고요. 원래 김치찌개가 맛있는 집이긴 한데… 계속 먹더라고요(웃음).”
◇ 현빈이 보여주는 본격 액션 영화, 그것만으로도 눈은 즐겁다
현빈이 보여주는 액션은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야기 초반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추격장면부터 마지막 악당 리더와 대결까지 현빈은 감정 기복 없는 절도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 현빈“액션에 관해선 우선 무술팀과 특수효과팀에게 공을 돌리고 싶어요. 제가 잘 못해도 돋보일 수 있게 그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죠. 누군가는 제가 액션 영화가 처음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전부터 비슷한 장르를 해왔어요. ‘돌려차기’ ‘눈의 여왕’ ‘역린’ 등 작품에서 조금씩 했고 이번에 본격적인 액션을 연기했죠. 작품을 하기로 하고 바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림철령이 단단해 보였으면 해서 웨이트로 몸을 만들었죠. 오랜 준비를 했기에 촬영은 여유롭게 진행됐어요.”
>> 유해진 “현빈이가 정말 열심히 했어요. 북한 사투리는 물론 액션도 오랫동안 준비한 걸 아는데 고생한 만큼 멋있게 나왔어요. 기억에 남는 건 극 중 림철령이 밧줄을 메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에요. 그림이 깔끔하고 시원했어요. 정말 멋있더라고요”
◇흥행에 대한 부담? 럭키가이와 함께니 걱정 없어!
모든 작품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니 배우가 작품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현빈은 군 제대 이후 ‘역린’과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했지만 둘 다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유해진은 전작의 엄청난 성공 때문에 부담이다.
지난해 개봉한 ‘럭키’는 누적관객수 690만명을 기록하며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현빈 “흥행에 연연하진 않지만 잘 되길 바라는 건 사실이에요. 그건 보는 분의 몫이에요. 저는 배우로서 림철령 역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촬영에 임했어요. 결과물에 제가 만족하는 거랑 흥행은 다른 이야기죠.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이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매 작품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고 이번에도 그랬어요. 차이점이 있다면 ‘럭키가이’가 있다는 정도…(웃음)…해진 선배님과 열심히 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해진 “전작이 잘 돼서 부담이 커요. 제목처럼 행운이 따랐던 작품이었어요. 이제는 그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져야죠. 확실히 그 이후 제게 거는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게 느껴져요. 힘내서 또 다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야겠죠. 그리고 전작과 같은 코믹 이미지는 늘 고민이죠.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이렇게 계속 보여줘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지, 배우로서 도전해야 할 부분이죠. 하지만 코믹한 역할만 한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극비수사’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죠. 저와 안 어울리는 역할이었지만 그런 시도를 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현빈, 유해진이 말하는 ‘공조’의 명장면
현빈과 유해진은 극 중 강진태가 가족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영화는 형사 남편을 둔 아내와 딸 그리고 처제의 화목한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특히 잘생긴 손님 림철령을 향한 처제의 적극 애정 공세는 마치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만들어 낸다. 아내와 처제 역에는 각각 배우 장영남, 임윤아가 출연한다.
>> 현빈 “강진태 형사의 집 분위기가 즐거웠어요. 실제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그 부분은 림철령의 개인감정이 들어가는 장면이기도 해요. 림철령은 차기성에게 아내를 잃고 남한으로 내려와요. 어떻게 보면 림철령이 꿈꿔왔던 공간이 바로 강진태의 가정이었죠. 그 분위기가 즐겁지만 철령이에게는 슬픔을 주기도 해요. 웃기지만 짠한 부분이죠.”
>> 유해진 “부인으로 나오는 장영남씨는 오랜 친구예요. 극단에서부터 같이 고생했던 사이라 요즘 현장에서 보면 너무 반가워요. 처제로 나온 윤아씨도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공간은 세트였지만 분위기가 좋으니 진짜 집 같은 느낌이 들었죠. 영화에서도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공조’는 깔끔한 갈비탕?!
>> 유해진 “깔끔해요. 알기 쉽게 음식으로 표현하면 갈비탕 같은 맛이죠. 갈비를 뜯다 보면 이에 끼는 것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마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영화죠. 오락, 액션, 범죄, 코믹 등 다양한 장르가 들어갔어요. 아마 갈비탕 한 그릇을 시원하게 먹은 것처럼 영화도 그런 느낌으로 맛볼 수 있을 거예요.”
>> 현빈 “여러 요소가 들어간 작품이죠.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은 한국 영화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런데도 다름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남북 형사가 팀을 이루는 설정과 액션, 코믹 등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해요. 다름을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니 관객도 다른 만족을 얻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