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손은경 기자]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 샤바랭’은 이런 말을 남겼다.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미식평론가였던 그는 더 나아가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도 했던 사람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느껴지지만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음식은 유희의 결정체라는 의미로 읽힌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다’는 행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음식만큼이나 대중화된 쾌락의 매개체가 또 있을까. 이번 문화 eNew에선 ‘먹기 위해 사는’ 이들을 위해 침샘자극하는 영화 3편을 꼽아봤다.
▲ 아메리칸 셰프 / 2015.01.07. 개봉
→ 시놉시스
: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음식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로 등극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 그 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던 중 문제의 평론가가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요리가 곧 나의 행복이 된다’… 유명 레스토랑의 수 셰프인 ‘칼’은 대찬 성격의 소유자다. 칼은 요리 성향으로 충돌하는 오너와 자신의 요리에 대해 혹평한 평론가와 언쟁 후 레스토랑을 뛰쳐나온다. 고향인 마이애미로 돌아가 그가 시작한 것은 ‘쿠바노스’를 파는 푸드트럭 장사. 칼이 만든 쿠바 샌드위치에 많은 이들이 열광한다. 그 사이에서 칼은 진정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깨닫는다. “퍼시, 들어봐. 난 이 일을 사랑해. 덕분에 내 인생의 좋은 일들이 생겼어.”
영화에서 등장하는 쿠바노스는 쿠바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샌드위치이다. 본래 쿠바 샌드위치는 사탕수수와 담배공장 등에서 일하던 쿠바 노동자들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후에 쿠바 망명자와 추방자들이 마이애미로 가져온 음식이다. 버터를 듬뿍 바른 빵 사이에 시즈닝한 돼지고기와 치즈, 머스타드 소스 등을 가득 채워 넣고 그릴에 구워 만든다. 반으로 자르면 늘어나는 치즈는 먹음직스러운 쿠바 샌드위치의 비주얼을 완성시킨다.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2015.09.10. 개봉
→ 시놉시스
: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가게 주인 ‘센타로’에게 ‘도쿠에’라는 할머니가 찾아온다. ‘마음을 담아’ 만든다는 할머니의 단팥 덕에 ‘도라야키’는 날로 인기를 얻고 가게 주인 ‘센타로’의 얼굴도 밝아진다. 하지만 단골 소녀의 실수로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당신에게는, 아직 못다 한 일이 남아 있습니까”
50년간 단팥을 만들어 온 단팥 장인이 전하는 가슴 시리고도 따뜻한 이야기,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 어떠한 바람들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들을 듣는 일이랍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어를 가졌다고 믿습니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음식은 일본의 대표 간식 도라야끼다. 밀가루·계란·설탕을 섞은 반죽을 둥글납작하게 구워 두 쪽을 맞붙인 사이에 팥소를 넣은 일본 과자 도라야끼는 별다른 재료는 없지만 그 안의 앙금이 핵심이다.
진한 팥맛이 농축된 팥소만큼이나 뭉근한 단팥 장인 도쿠에 할머니의 ‘단팥 인생 이야기’는 어떤 맛일까.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속 도라야끼 특급 레시피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 라따뚜이 / 2007.07.25. 개봉
→ 시놉시스
: 절대미각, 빠른 손놀림, 끓어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 ‘레미’.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그에게 단 한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주방 퇴치대상 1호인 ‘생쥐’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수구에서 길을 잃은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별 다섯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떨어진다. 그러나 생쥐의 신분으로 주방이란 그저 그림의 떡이다. 식욕이 아닌 ‘요리욕’이 북받친 레미의 작은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는데…
“anyone can cook”(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영화 라따뚜이는 냄새와 음식에 남다른 감각을 지닌 생쥐 레미의 요리사 도전기를 그려내고 있다.
라따뚜이의 명장면은 단연 프랑스 최고의 비평가인 ‘이고’에게 ‘라타투이’를 대접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음식을 가볍게 섞다, 휘젓다’의 뜻을 가진 프로방스의 방언 라타톨라(ratatolha)에서 비롯된 라타투이(ratatouille)는 가지, 호박, 피망, 토마토 등에 허브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끓여 만든 채소 스튜이다.
라타투이는 영화 <라따뚜이>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는 어디에서든지 나올 수 있다.” 생쥐 레미가 대접한 라타투이를 먹고 난 후 영화 속 프랑스 최고의 비평가 이고가 내린 극찬의 평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프로방스의 소박하고 따뜻한 요리로 소개된 라타투이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주말, 오감 자극하는 요리 영화는 어떨까? 단, 공복 시 침샘주의다.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