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형법의 정의는 어떠한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고, 그 처분의 정도와 종류를 규정한 법규다. 죄를 범한 자를 위해서 제정된 많은 처벌 법규 중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 형법이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농아인 상대 행복팀 사기사건은 이러한 형법의 존재가 피해자에게 원통함과 억울함을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팀은 농아인 단체로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농아인을 대상으로 사기를 쳤으며, 154명의 피해자와 97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발생시켰다.
행복팀은 2009년 장애인 복지사업을 한다며 농아인 9명이 설립한 사기 조직으로 전국에 있는 농아인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 투자금을 모았다.
피해를 입은 농아인들은 대부분 같은 농아인이라는 점을 믿고 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이번 사건으로 주택담보 대출 등을 받다가 가정이 파괴된 이들도 있으며,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한 농아인은 지난해 6월 서울의 자택 옥상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아들에게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행복팀은 이렇게 농아인들을 속여 모은 투자금으로 수억원대에 이르는 전원주택에 거주하고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고급 외제차를 20여대 끌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으로 구속기소된 총책 김모(45)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김씨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형법 11조’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형법 11조는 농아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하는 규정이다. 형법에서 규정하는 농아자는 청각기능과 언어기능에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형법 11조가 제정된 1953년 당시에는 농아인의 교육 기회가 많지 않은 점 등이 고려돼 감경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범죄로 형법 11조가 죄를 저지른 농아인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형법 11조를 폐지해달라는 청원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신기원 교수는 동양일보에 투고한 글에서 “간혹 장애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장애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보다 수치도 낮고 훨씬 덜 흉악하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이전에 이미 주취감경과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청소년 범죄 등의 발생으로 인해 형법 개정에 대한 소원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여론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개정안이 발의된 법안이 존재한다.
농아인에 대한 형 감경 규정을 담은 형법 11조가 폐지될 지 개정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 때까지 피해를 입은 농아인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일 수 있음을 염려해두어야 할 것이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