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성희롱 발언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경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부경대학교 성희롱 단톡을 공론화합니다’라는 글이 기재됐다. 자신을 피해자라 자칭하는 A(20)씨는 “저희 피해자들은 가해 학생들의 성희롱과 비하 발언을 고발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가해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만들고 싶으며, 더 나아가 학교 측의 징계도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같은 학교 남학생 4명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린 뒤 특정 인물의 신체에 대해 성적으로 묘사하며 ‘성괴’, ‘원나잇감’과 같은 선정적인 표현을 썼다.
이를 알게된 한 피해자는 “믿고 따랐던 선배에 대한 배신감, 모욕감 등이 나를 지금 힘들게 하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부경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 중이며 이런 행위가 학생 신분에서 어긋난다면 징계 처분내릴 것이라고 알려졌다.
부경대 사건외에도 과거 고려대, 홍익대 등 대학에서 일어난 사이버 성희롱 사건을 두고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청원도 나타났다. ‘사이버 성희롱 관련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7000여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한 상태다. 청원자는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볼 수 없었음”을 꼬집었으며 “피해자들이 사이버 성범죄를 당했을 때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하기에는 현재의 법은 너무나도 부실”하다는 점을 짚었다.
청원자는 “근본적으로 사이버 성범죄에 대해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사이버 성희롱도 성범죄의 하나로서 그 중요성을 인식해 모욕죄, 명예훼손죄 이외에 알맞은 법 조항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장난’일뿐이지만 무심코 던진 음담패설이나 성희롱은 피해자를 시름겨워 하게 만든다. 그러나 성희롱과 같은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적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공받은 성희롱 진정 건수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접수된 건수만 하더라도 2천 190건에 달했으나 검찰의 기소 처분된 건은 9건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건 외에도 실제 성희롱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 2100명을 대상으로 근무 중 성희롱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에게 피해 경험자에게 대처 방법을 묻자 65%는 ‘참고 넘어갔다’, 12%는 ‘대응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타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상담센터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대처 방법을 잘 모르거나 외부에 알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이유에서 홀로 삭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에게 불쾌감과 굴욕감을 주는 성희롱을 ‘장난’이라고 포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4월 가수 아이유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던진 한 인터넷 BJ가 누리꾼의 질타가 이어지고 소속사 측에서 고소하겠다고 입장을 전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당 발언의 경우 시청자의 질문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다 일어났다. 내가 원래 성드립을 많이 하고 장난을 많이 치는 사람이다. 아이유를 너무 좋아해서 장난으로 그런 거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성희롱 발언을 던진 해당 BJ는 앞서 “(소속사 측에서) 고소하면 오히려 영광이다. 아이유와 만날 수 있지 않으냐”는 식의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여 누리꾼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장난삼아 던진 음담패설에 피해자는 냉가슴을 앓을 뿐이다. 성희롱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수순부터 피해 사실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는 부분까지 나아가야 한다. 또한 성과 관련된 잘못된 인식부터 타파해야 한다. 성희롱은 웃음거리로 단순히 넘어갈 것이 아닌 엄연한 범죄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