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2명의 집배원의 과로, 자살 등의 이유로 사망했다. 집배원의 ‘살인적 업무 강도’가 연일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지난 6일 전국집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서광주우체국 소속 직원 이 모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 씨는 죽기 전 남긴 유서에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라고 적었으며 이모 씨는 유서를 통해 강도 높은 업무와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회사 측에 착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보였다.
지난 3월에는 나주우체국 집배원 김모씨가 폐가에서 목을 매 숨졌으며, 지난 7월에는 집배원 원모씨가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집배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모씨가 자살한 배후에는 우정본부의 소위 과도한 집배부하량 시스템 때문이라고 전했다. 비단 직장인의 과도한 업무 강도는 집배원에 국한될까?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를 운전하다 7중 대형추돌사고를 일으킨 버스기사 역시 졸음운전이 원인이었음이 밝혀졌다. 휴식시간 없이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운전기사의 처우를 두고 사고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해야만 했던 이모씨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부분은 ‘쉼포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쉼포족이란 쉬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프게 사는 직장인이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9명 이상이 쉼포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2016년 OECD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휴가 역시 주어진 연차의 절반 정도밖에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직장인 ‘쉼포족’의 현주소는 암울하기만 하다. 제2의 집배원 이모씨가 나오지 않도록 피로가 풀린 사회로 탈바꿈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