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의점에 간다. 많게는 하루에 몇 번, 적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는 편의점에 간다. 그러므로 그사이, 내겐 반드시 무언가 필요해진다.”
[김애란 단편 「나는 편의점에 간다」 中]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도 편의점, 저기도 편의점이다. 생활 반경 내 빼곡히 밀집된 편의점을 보며 대중들은 제살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반응을 내비칠 정도다. 지난해 말 국내 편의점 수는 약 3만 4400개에 달했으며 씨유(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GS25에서 상반가에 출점한 신규 가맹점만 하더라도 3000여 개나 된다.
편의점의 원조 격인 일본보다도 인구 대비(1500명 당 1곳꼴) 편의점 수가 많으니 우려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너도나도 편의점을 여니 출혈 경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편의점 옆에 새로운 편의점을 열고 상생 아닌 상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 편의점, 가맹사업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영위될까? 지난해 말 기준 가맹본부의 평균 가맹사업 기간은 4년 8개월이며, 도소매업이 6년 3개월로 가장 길고, 외식업이 4년 3개월로 가장 짧았으나 세부업종별로 따져보았을 때 외식업에서는 패스트푸드(6년 5개월), 도소매업에서는 편의점(11년 9개월), 서비스업에서는 약국(13년 10개월)이 가장 오래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5월 유통업체 중에서도 편의점 매출이 크게 늘며 전체 오프라인 부문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다. 오프라인 부문별로는 편의점 매출이 전년 대비 10.5% 늘어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수입맥주,도시락 프로모션으로 인한 식품군(16.3%)의 매출 성장과 점포수 증가(14.5%)에 힘입어 전체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편의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나쁘지 않다. 지난 1월 시장조사기관인 오픈서베이는 편의점 상품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하며 편의점이 향후 1인 가구의 증가와 판매하는 상품군의 확대로 보다 생활과 밀착한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오픈서베이가 10~40대를 대상으로 편의점 상품과 그에 대한 인식을 파악해본 결과, ‘프로모션 ‘및 ‘카드/통신사 제휴 할인’이 선호 이유로 꼽혔으며, ‘편의점용 특정 상품 판매’도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꼽혔다. 또한, 응답자의 삼 분의 일이 일주일 이내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고 매출의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한숨을 내뱉는 가맹점주들이 늘고 있다. 편의점 옆에 새로 들어서는 편의점,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무한경쟁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