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길고양이의 다리를 잡고 힘껏 내려쳐 죽인 피의자에게 14일 벌금 600만 원이 선고됐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과 함께 인간을 향한 연쇄살인의 초기 단계라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인천지법 임정윤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살해범에게 14일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에 대하여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범죄자의 이번 행위가 동물을 향한 첫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죄질보다 너무 약한 형벌이다.
임 판사는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알코올중독 상태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양이를 죽인 행위로 벌금형을 받은 일이 두 번이나 있었던 피고인의 이력을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범죄를 세 번이나 반복한 이에게 내린 형벌이 너무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길고양이 살해범의 판결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4월, 창원지방법원에서는 길고양이를 뜨거운 물에 넣어 600여 마리를 도살한 살해범에게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형량 논란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살해범이 다음에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살인범 가운데 45%가 동물 학대 경험이 있으며, 강도 및 폭력 범죄자 가운데 25%는 유년 시절 5차례 이상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었다. 유영철, 강호순 등 국내에서 유명했던 살인범도 유년 시절부터 동물을 죽이거나 해부한 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신보다 약자인 동물 앞에서 폭력성을 보이고, 공감 능력의 결여로 학대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연쇄살인범은 동물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는 연습을 하고 그다음에는 사람들 근처에서 범죄를 저지르며, 나중에는 실제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양이를 상대로 세 번이나 범죄를 저지른 길고양이 살해범이 앞으로 사람을 상대로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양식을 분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수사가 필요하며, 충분한 교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건 국가의 몫이다. 가벼운 형벌이 아쉽고, 부디 더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