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휴가철을 맞아 각종 휴양지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무더운 여름 피서를 목적으로 바닷가를 찾는 사람, 계곡을 찾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장소로 휴가를 떠난다. 대부분의 사람은 휴가지에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SNS나 모바일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 등에 게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휴가를 알리곤 한다.
하지만 최근 SNS와 모바일 메신저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를 집에 두고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라이프에서 아날로그 라이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휴가 기간 동안만이라도 업무적인 메시지와 SNS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자하는 취지라고 한다.
이러한 이들은 ‘소셜 미디어’와 대규모 정전 상태를 일컫는 ‘블랙아웃’을 합성하여 ‘소셜 블랙아웃’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 외에 ‘미디어 금식’, ‘아날로그 라이프’ 등의 용어도 간간이 쓰이곤 한다. 김씨는 “특히 작년 여름휴가 때는 해외여행을 갔음에도 업무 메시지가 와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했다.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휴가라고 써놓고 기간을 써놓아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SNS 어플 삭제와 탈퇴 등을 하는 이들의 목적은 다 상이하다. 부산에서 살다가 대학생 때부터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는 최씨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휴가철이 다가오는 7월 초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삭제했다. 그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이 들어 씁쓸할 때가 더 많다”며 “처음엔 심심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막상 마음은 더 편하다”라고 말했다.
주변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한 주부 김씨도 “아직 젊은 나이지만, 주부인 나 자신과 직장을 다니며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미혼인 친구들의 모습은 큰 차이가 난다. 친구들은 결혼한 나를 부러워 하지만, 지금은 자유로워 보이는 그들이 부럽고 마음대로 놀러가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 우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SNS에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소셜 블랙아웃을 선택한다고 한다. 실제로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 이들과의 계산적인 관계도 SNS 이용에 큰 피로감을 느끼게 하며, 상대적인 박탈감과 외로움 등도 많은 이들의 SNS 탈퇴, 삭제의 이유가 되곤 한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우리의 삶은 빠르고 정확해졌으며, 풍요로워 졌다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줄어들었지만, 어쩌면 관계의 거리는 더 멀어졌으며, 사람과 사람이 친밀해지는 시간은 더 느려졌을 수 있다.
비교로 인한 풍요와 빈곤, 우리가 벗어나야 할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