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에 대한 캠페인 및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산부는 당연히 배려해야 할 사회 속 존재이며, 항상 그들을 먼저 생각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하철과 버스에서 노약자 배려석과 별도로 운행 중인 임산부 배려석의 경우, 좀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은 출퇴근 인구를 품고 있는 나라다. 많은 이들이 알겠지만, 출근 시간만 되면 혹은 퇴근 시간만 되더라도 수많은 인파가 가까운 전철역으로 모여든다.
그런 와중에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며, 어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때까지 그 자리를 비워둬야 하는 것이 도덕적인 일일까?
자신이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임산부석을 비워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 맞지 않는 배려일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임산부의 날을 맞아 조사한 결과, 임산부 10명 중 6명만 배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임산부 배려석이 시행된 지 현재까지 4년이 지났으나, 많은 이들은 아직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분홍색으로 의자를 칠하고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칭하며 이를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리에 앉더라도 자신의 눈앞에 임산부가 보이면 일어날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 시민의식을 키우는 일이다.
임산부석을 비워두거나 앉거나 하는 문제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__시 _호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 발견’ 식의 내용과 함께 임산부석에 앉은 남성의 사진을 SNS에 공개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사회 속에서 이러한 정책은 이상하게 변질되어 가기만 하고 있다.
오메가패치라고 불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임산부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들이 지속적으로 공개됐고 피해 남성들이 현재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내에서는 배려를 의무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에 이러한 정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9호선에 한해 임산부 배려석에 테디베어를 비치하고 임산부일 경우, 혹은 아니더라도 인형을 안고 갈 수 있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과연 그 테디베어가 얼마나 유지될지 벌써 우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임산부는 소중하고 보호해야 할 아름다운 존재다.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으로 우리는 그들을 이미 배려하고 있다’라는 편견을 만드는 임산부 배려석 제도는 무언가 본질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홍색의 카펫이나 의자 시트가 아닐 것이다. “죄송한데 제가 임산부라서 조심해야 해서 그런데요, 잠시 앉아갈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사회, 그렇게 말했을 때 누구나 찌푸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시민의식, 아이 때부터 이러한 배려를 생활화하는 교육 등이 우리 사회가 갖춰야 할 덕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