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라는 단어는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 두어버린다는 뜻과 함께 자신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 버린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자조섞인 농담으로 포기는 배추를 셀 때만 쓴다는 힙합 가수들의 노래 가사도 등장한다.
우리 사회는 20대를 비롯한 청년세대를 두고 많은 신조어로 표현을 하고 있다. 그 중 N포 세대와 3포 세대 등은 청년들의 공감을 사는가 하면 상처를 주기도 한다.
분명 청년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로 여기는 이러한 신조어는 때때로 그들을 절벽으로 안내하는 화살표가 되는 것만 같다. 취업을 준비하는 김 군(27세)은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어 친척 어른들을 만나면 ‘너도 취업이랑 다 포기했냐?’, ‘준비를 하는건지, 포기하고 그냥 매달려만 있는건지..’ 등의 말을 접하면서 더욱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발표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던 이들에게는 달콤하기도, 쓰기도 한 발표다. 이들을 향한 신조어는 진작부터 널리 쓰이고 있다. 노량진과 신림 고시촌 등지의 공무원 준비생들을 두고 ‘공시오패스, 고시오패스’ 등등의 뉴스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 글은 상당히 퍼져있다.
정해진 기약없이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성격과 행태를 두고 표현한 이 신조어들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절박함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심각한 실업난 속에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조어도 많다. 정규직이 아닌 인턴 생활만 거듭하는 모습을 말하는 ‘호모인턴스’에 이어 정규직은 못되고 계속 인턴 생활만 하여 풍부한 경험을 쌓은 취업준비생을 가리키는 ‘부장 인턴’, 휴지처럼 쓰고 버려진다는 ‘티슈 인턴’ 등은 자조적인 의미와 비판적인 시선이 함께 담겨져 있다.
이러한 신조어들에 청년들은 진짜 공감과 가짜 공감을 함께 한다. 실제로 경제위기와 함께 직장을 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된 것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그렇게까지 낙담하고 좌절하면서 살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있음에도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짜 공감이다.
‘헬조선’은 각박하고 살기 힘든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 조선시대에도 임진왜란과 같은 위기와 군주의 미숙함과 폭정에 의한 정치 상황 등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마다 우리 조상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발전을 이뤄내고 민족정신을 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현재 청년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토론에서 의견을 주고 받던 청년과 기성세대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 등 사회 문제에 대해 청년들과 함께 기존의 기성세대가 공감하며 변화에 대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의견에 도달하는 모습이 있었다.
청년실업률을 보면 젊은 세대의 뼈 아픈 고통이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의 실제적인 이야기지만, 과장하거나 부풀려서 해석하고 받아드릴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년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청년들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