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일본의 모습이 있다. 바로 사토리 세대이다.
‘사토리 세대’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인식하고 인정하며 그에 적응하는 일본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10~20대 중반의 젊은 세대가 사토리 세대에 해당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야마오카 다쿠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신의 저서 ‘바라는 게 없는 젊은이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한 누리꾼에 의해 사토리 세대란 이름이 붙여졌다.
사토리(さとり) 단어 뜻은 ‘깨달음, 득도’이다. 그래서 사토리 세대를 득도 세대라고도 한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2013년 사토리 세대의 특성으로 몇가지를 꼽았는데 다음과 같다.
물질에 대한 욕심 – 멋진 자동차와 명품에 흥미가 없고 필요 이상의 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없다.
초식남 초식녀 – 연애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타인에 대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빠른 포기 – 합리적인 결과를 추구함이 우선이다. 그래서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 외에도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며, 타인의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타지에 가서 사는 것보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살기를 원하며, 해외여행에도 관심이 적다고 한다.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 서칭을 통해 얻는다 등의 특징이 있다.
‘현실성’과 ‘합리성’이라는 키워드로 사토리 세대를 이해하려고 하던 일본의 전문가들은 사토리 세대의 등장 배경에 일본의 장기 불황과 경기침체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 일본 사회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돈이 없으면 합리적으로 되는 게 당연하다.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세대”
경제관념이 생기고 돈에 대한 가치 판단이 되기 시작할 무렵에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경기가 후퇴기에 접어들면서 꿈이나 이상을 쫓기보다는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하게 됐다. 또 경기와 분위기가 침체한 사회 속에서 꿈이나 이상을 가진다 해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걸 현실적으로 잘 알고 있는 세대라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사토리 세대는 자발적인 득도 세대라기보다는 사회적,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강요된 득도 세대가 아닐까 한다.
현실적인 사고방식과 합리성을 사토리 세대를 현명한 세대라고 하는 평가가 있지만 소비와 경제발전, 인구 증대 등을 주도해야 할 젊은 인구 층이 소비 의욕을 잃어 기업 활동에 위협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예전부터 나왔다.
실제로 소비에 무관심한 사토리 세대 때문인지 일본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여행을 나서는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우리 나라의 N포 세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어차피 노력해봤자…’의 분위기가 조장되어 꿈과 희망 대신에 현실의 높은 계단에 좌절하는 모습은 세대간의 갈등마저 일으킨다.
사회적 분위기, 깊은 시름을 하고있는 이 사회의 젊은 세대의 모습은 더이상 가까운 일본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