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올겨울. 첫 함박눈이 내리던 12월 중순 부암동에 있는 카페를 방문했다. 독특한 출입문을 열고 카페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작은 갤러리였다. 제비꽃다방에서 시카베히토미의 초대 개인전 <어느 날>이 열리고 있던 때였다. 작가 특유의 화려한 색채로 카페 전체가 더욱 화사하게 보였다.
성운 대표는 취재진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카페라는 예쁜 공간을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제비꽃다방을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요즘은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지 않는다. 카페라는 공간 자체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끔 인테리어 하고 있는 추세기도 하다. 제비꽃다방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소개할 수 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시즌별로 작가나 작품을 선정해 전시회를 하고 있고 초대전이나 개인전, 단체전도 열고 있다. 주말에는 재즈 공연도 관람할 수 있으며 영화 제작, 드로잉 등 다양한 문화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아카데미까지 준비돼 있다.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도 없고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순항하고 있어서 좋아요.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강의도 추가할 계획이에요. 와인, 일러스트, 포토샵, 사진까지요.”
제비꽃다방 아카데미는 카페를 찾는 단골뿐만 아니라 SNS를 즐겨 하는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있다. 특히 성운 대표와 함께 제비꽃다방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화사 이달투의 박진순 감독이 진행하고 있는 영화수업은 영화인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통 영화를 만드는 일을 생각하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져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경험해보기 어렵다. 게다가 전문 공간이나 장비가 없는 카페 안에서 영화를 배우고 만든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영화제를 떠올려보면 영화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카페에서 강의를 하는 박진순 감독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영화 만드는 일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에요. 영화는 단지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거예요. 관객은 배우를 통해 주인공의 삶을 보는 것뿐이죠.”
박 감독의 ‘영화 이야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길에서 부딪치고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스크린 속의 주인공을 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다만, 영화는 재미와 흥미를 위한 약간의 연출이 가미될 뿐이다.
영화 강의를 비롯한 제비꽃다방의 아카데미는 아담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누다 보니 수강생을 많이 받지 않아 10명 이내의 소수 정예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제비꽃다방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새해 한 달 간 ‘빛’이라는 주제로 개최할 50인의 작가 단체전을 위한 기념 파티였다. 이 파티에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주제에 부합하는 ‘나에게 빛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즐기는 파티였다.
한 달 동안 선보일 작가 50인의 작품에 ‘빛’이란 어떤 의미로 그려졌을지 제비꽃다방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