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딱 30년. 1985년도부터 바느질을 시작하여 지금껏 쉬지 않고 우리 고유의 한복만을 만졌다는 한복 장인이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을 넘긴 이제야 ‘한복을 만지는 데 조금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시대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만든 옷은 꼭 고객에게 직접 입혀보고, 제 손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간 지 20년이 된 옷을 가져오는 고객에게도 정성 다해 재바느질을 해준다는 방미자 한복의 방미자 원장을 만났다.
방미자 한복은
1985년도에 처음 바늘을 잡았습니다. 남편이 이불을 참 예쁘게 꿰맸다는 이야기에 바느질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집 한복을 가져다가 뜯고 다시 꿰매고 하는 등 계속 실력을 키워나가다가 중간에 정정완(인간문화재 89호) 선생님을 만났고, 조선 시대 복식에 대해 배웠습니다. 가회동에 자리 잡아 황신엽 선생님 등 유명인의 저고리를 구해 뜯고 다시 꿰매는데, 이름 있는 옷마다 옷의 선, 저고리하는 법도 다르더라고요. 저고리 맛이 한복에서는 큰 차이입니다. 그제야 천연염색도 시작했는데, 10년의 세월이 흐른 그제야 제 옷이 제 손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염색을 하고, 자연의 색을 알고자 등산도 꾸준히 다녔습니다.
모든 옷을 직접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저는 이 지역에서만 30년째 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마네킹에 한복을 입혀 세워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한복 색이 매우 곱고 예뻐서 들어왔습니다”가 첫 인사말이에요. 인사동에서 광화문을 가는 외국인들도 많이 들르고 사진도 찍어가서 세계에서 제 한복 사진이 가장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고객이 한복을 맞추러 오면 손님을 만나서 직접 치수를 재고, 디자인하고, 마무리까지 모두 제 손을 거칩니다. 또 함께 하는 직원도 제가 직접 가르쳐서 특별한 옷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기에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든다는 것은 나오기 힘듭니다. 저는 평생 한 바느질로 디자인에서부터 치수까지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또 평생 애프터서비스(A/S)는 무상으로 제가 직접 해드립니다. 손님 중에는 같은 옷을 20년을 입고 가져오시면 제가 기워드리는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또 손 누비를 한 지도 20년인데, 여름에 맞춘 한산모시를 가져오면, 양장도 해줍니다. 그것이 이곳의 자랑거리입니다.
여기 고객층은 어떤 분이신가요
일단은 예비 신랑 신부, 한복을 입고 생활하시는 분들, 요리, 다도, 국악인들, 화가도 작업할 때나 전시회 할 때도 입으시려고 찾으십니다. 근처에 조계사가 있어서 불교 종교인도 찾으십니다. 모두 저희 집에 오면, 자기만의 옷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오시지요.
비전과 철학이 있다면
제 목표는 우리 고유의 한복을 시대별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대마다 그 시대를 대표할만한 의상들이 있는데, 그것을 제 손으로 재현하고 싶습니다. 과거 전통 옷이 재현되면 5~6벌씩 만들어 한 벌씩은 무조건 국가에 기증하려 합니다. 평생 해 온 이 일을, 이제는 한 작품씩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마음을 명경(明鏡, 거울) 같이 닦아라’는 말을 가슴에 담습니다. 고객이 왔을 때 제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내 생각으로 그 사람 옷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깨끗이 비우면 고객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편견을 내려놓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한테도 기술을 배우지 못해 혼자서 두 달을 공부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정완 선생님께서 박물관에서 바느질하는 법의 강의를 멀리서 보고 집에 기억해 와서는 딱 네 작품 했어요. 그게 발판이 되어 지금까지 독학으로 여기까지 왔고, 얼마든지 남에게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이제는 후세를 위해, 우리 옷의 전통을 위해서 충분히 가르쳐줄 수 있어요. 저의 이런 올곧은 삶은 손에서 바느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는 20~30대를 대상으로 한복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한복도 친근하고 저희 집을 많이 아십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인20~30대는 일단 언론매체에 홍보가 되어야 인지도가 생깁니다. 저는 이 시대의 20~30대들이 우리 한복에 대해서 모른다는 생각이 안타깝습니다.그래서 이곳 ‘방미자 한복’이 아닌 ‘우리 고유의 한복’을 더 알리고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이 30년의 세월을,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