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경기는 심각한 불황이다. 관련된 직종들의 불황도 도미노처럼 심각한 상태로 현재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 경기의 불황을 어떻게 하면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팀이십일 김진수 대표는 “건축도 트렌드를 따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이어 “새로운 건축 공간의 활용과 에너지 효율 가치를 높이는 일,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의 불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일을 이루어감은 물론 포스트 건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PLAN을 제시하고 있는 건축사가 있다. 현재 경희대 건축과 겸임 교수이자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주)종합건축사사무소팀이십일(이하 TEAM21)의 김진수 대표를 만났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선(Line)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선들의 교집합이다. 무수히 많은 선을 긋고, 더 굵게 선을 연결하다 보면 형태가 만들어진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백 개,수천 개 아니 수만 개의 선들을 통해 공간을 디자인한다.
건축학도가 아닌 이상, 설령 건축학도라 해도 “선 하나하나 마다의 의미와 이유를 담아야 한다”는 김진수 대표의 말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매스의 형태를 꼼꼼히 스케치하고 디자인하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크기의 공간이라도 2차원적인 선의 연결과 조합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질적으로 풍부한 3차원을 만들어가는 건축 디자인에 심취한 김진수 대표의 모습에서 사뭇 진지함도 배어 나왔다.
TEAM21 김진수 대표는 어릴 적부터 회화에 남다른 소질을 가지고 있었고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까지 화실을 다녔다고 한다. 이번 취재에서 건축 설계 또한 어찌 보면 예술의 한 분야(유럽에서는 건축학이 미술대학에 속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한 타고난 자질과 소질을 바탕으로 거기에 노력까지 더해 디자인을 완성해가는 김진수 대표의 작품에서 남다른 미학이 엿보였다.
건축 공간은 환경을 오염시키게도 하고 돋보이게도 한다
건축물은 한번 지어지면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거의 100년이 지속된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한사람의 일생이 그러한 건축물과 함께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좋은 공간과 디자인으로 100년을 지키고 서있는 건축물이 세계 곳곳에 많다. 그러한 건축물들은 작게는 그 공간 속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거리의 행인들, 멀리서 보이는 VIEW, 크게는 도시의 스카이라인(SKYLINE)을 변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조형물로서의 역할도 한다.
그러나 공간의 질보다 규모를 우선해 억지로 크게 만들고, 영리적인 목적으로 흉물스럽게 지어진 건물들도 많다. 그런 건물들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있으며 그러한 건물이 존재함으로써 도시의 미관과 사람들의 심리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얼마나 건축인들의 무책임한 과오인가.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김 대표의 말을 통해 그가 평소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다.
건축 공간과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
최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공법과 자재들이 많이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제로 하우스’라고 하는 건축물이 탄생한 것도 화석 연료의 사용을 억제하여 냉·난방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이론적인 목표에 더욱 접근하고자 여러 공법과 자재들로 좀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축물을 구현하기 위해 대안이 제시,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 현 건축계의 추세다.
평소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소신이 반영된 TEAM21 김진수 대표의 최근 작품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강남구 역삼동에 지어지고 있는 ‘BK40’이라는 건축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건물은 클라이언트 회사가 설립된 지 40년이 된 것을 기념해 주문한 역사의 상징성을 내포한 건축물이다. 국내 최초로 새로운 조명 설비를 적용해 디자인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주)안세의 안병근 회장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사옥 건설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갖고 TEAM21 김진수 대표에게 건축 설계를 의뢰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건축 현실은 초기 기획 설계 단계의 소요 기간과 중요성을 많이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행태가 잘못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건축주인 안병근 회장의 마인드는 남달라서, 사옥이 들어설 자리에 트렌드(TREND)가 되는 또한 상징성과 공간의 효용 가치를 가지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TEAM21 김진수 대표와 공유했다.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것도 커다란 행운이다”라고 김진수 대표는 말한다. 좋은 디자인도 건축주와 상호 교감을 통한 이해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장시간에 걸쳐 무수히 많은 디자인과 공간 계획을 상의하며 조언하고 제안 과정을 통하여 탄생한 BK40 Project는 특별한 요소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볼 만한 요소를 꼽자면 OLED 조명이 대표적이다.
LG화학에서 개발돼 양산 준비 중인 OLED 조명은 에너지가 HOT ISSUE로 떠오른 작금의 상황에서 차세대 조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절감에도 효과적인 아이템이다. BK40은 건물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김진수 대표의 지론이 융합돼 나타난 좋은 본보기로 향후 건축 디자인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Noblesse Oblige
기자가 만나 본 TEAM21 김진수 대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해서도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었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면서 살고 싶다.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많이 있다. 돈의 양보다는 질, 즉 돈의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조금 덜 벌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해서 나로 인해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우리나라 지도층 중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실천’일 것이다. 모든 일에 있어 생각만 갖는 것과 실행에 옮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재능기부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흐뭇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둘이 아니다
정조 이산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마찬가지로 ‘실천’이 중요할 것이다. 김 대표는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가진 사람, 배운 사람, 재능이 있는 사람이 베풀고 나누는 마인드를 갖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작금의 잇따른 사회 병폐나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 지도층이 먼저 나서주면 좋겠다. 사실 나도 많이는 못 도와주고 생각만 갖고 있었던 부분도 많아서 앞으로는 더 열심히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웃음)”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