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펑키’ ‘두부세모’ 등 유쾌한 그룹의 멤버로 이름을 알렸던 드러머 박호가 이젠 요리에 흠뻑 빠졌다. 그는 15년 동안 몸담았던 음악계 생활을 잠시 뒤로 하고 서울 영등포 문래동에서 미국식 샌드위치 전문점을 운영하며 요리의 매력에 흠뻑 취하고 있다. 그는 왜 요리에 빠지게 됐을까?
드러머 박호란 타이틀과 함께 음식점 대표가 된 박 대표는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먹은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어서 감동을 받고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악동다운 생각으로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태원에 ‘인디고’라는 카페가 있었다. 그곳에서 먹었던 샌드위치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고 바로 생각든 것이 ‘요리를 해봐야겠다’란 것이었다”며 “원래 성격이 좀 고집이 있는 편이다. 해야겠다고 생각든 것은 바로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박 대표는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인디고’ 사장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할 테니 메뉴들의 요리법을 모두 알려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인디고 사장님은 흔쾌히 ‘OK’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요리사들이 잠깐 있다가 요리법을 가져가는 모습을 많이 봐왔는데 박 대표의 솔직한 모습이 좋아 그를 채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사장님께서도 만족해하며 요리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픈 욕심에 이번엔 이탈리아로 배낭여행을 갔죠. 요리를 배우러 이탈리아에 왔다고 말하고 다니며 요리를 가르쳐주겠다는 집을 찾아다녔습니다. 홈스테이를 허락한 주인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져 많은 요리를 가르쳐주더라고요.(웃음)”
박 대표는 그렇게 파스타, 피자 같은 이탈리아 요리법을 배우고 또 다시 요리를 배우러 미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부터 미국까지 수개월에 걸친 여정이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는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할 테니 한가지 메뉴를 배워갈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하고 다녔다”며 “퇴짜도 많이 맞고 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에서 여러 요리를 또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끌벅적한 습득 과정을 마친 후 박 대표는 당산동에 자신만의 가게를 오픈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표의 열정만큼 시작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그는 “크기 7평에 테이블 세 개로 시작했던 것이 첫 사업이었는데 부모님부터 시작해 주위 사람들까지 전부 실패할 거라고 했다”며 “주위에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한 곳이었고 가게가 위치한 곳도 너무 외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기 6개월은 주위의 우려처럼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을 기점으로 점차 손님이 늘어났고 모 대기업으로부터 사옥음식점 입점까지 제의받는 등 박 대표의 음식실력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갔다. 그 동안의 노력과 열정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대기업 사옥입점 제안은 거절했었다고 한다.
그는 “욕심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며 “또 세 개 테이블로 운영하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그런 제의를 받으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제 첫 장소를 떠나 문래동에서 BACO#41이라는 샌드위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태원에서 먹었던 그 맛있었던 샌드위치를 이제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생각할 때 간단하고 단순한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가 만드는 샌드위치는 전혀 다른 종류”라며 “빵부터 재료 하나하나를 전부 조리해 한 끼 식탁 못지않은 음식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경영철학 역시 그의 성격과 꼭 빼닮아 있었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을 위해 장사를 할뿐 돈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박 대표가 한 달에 남기는 이윤은 일반 직장인 수준을 넘지 않고 있었다.
박 대표는 “음식이 갖는 의미 자체가 좋은 것을 먹고 사람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경험으로 좋은 식재료를 통해 싸고 좋은 음식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좋은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손님들께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빵을 제외한 모든 원재료를 핸드메이드로 사용하고 또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음식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고집이 있지만 삐뚤어지지 않은 모습. 그것이 박 대표에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저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맛있는 것을 가장 많이 먹어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이 맛있게 먹었다고 하면 또 놀러오라고 말합니다. 손님들과 맛있는 음식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앞으로의 모습도 손님들이 편하게 놀며 맛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