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싱싱한 회를 먹기 위해 연안부두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연안부두는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에 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일대를 일컫는 말이다.
서울사람들에게 바닷가는 계절을 막론하고 찾고 싶은 곳이다. 특히나 인천은 시간을 내어 바다로 떠나기 힘든 서울의 직장인들에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연안부두의 횟집들은 일명‘스끼다시천국’으로 불리는데 말 그대로 밑반찬의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 할 만큼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연안부두에 즐비한 수많은‘스끼다시천국’중에서도 특별히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가 있었다. “손님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김미영대표의‘내 고향 강원도’다.
김미영대표는‘내 고향 강원도’가 연안부두에 들어선 지 벌써 20년이 됐다고 말하며 횟집을 열게 됐을 당시를 회상 하듯이 한 일화를 털어놨다.
“하루는 손님 한분에게 심한 말을 듣고는 종일 울었던 적이 있어요. 그땐 횟집을 운영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속상한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근데 그때 한 손님이 저한테 오시더니 저를 달래주시면서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그는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이제 막 횟집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손님에게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것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런 그를 위로한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그의‘단골손님’이었다. 그의 단골손님은 이렇게 말하며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내가 연안부두의 많은 횟집 중에서 늘 여기‘내 고향 강원도’를 찾아오는 이유는 젊은 부부가 참 열심히 사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손님들도 다 알고 있다.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라”
그는 그때 들은 위로를 가슴에 깊숙이 새기며 횟집을 운영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손님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일’로 삼았다고 한다. 손님에게 베푸는 일은 단순히 친절만이 아니라 음식점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음식의 질과 맛이라고 덧붙였다.
“싱싱하지 않다면 돈 안 받습니다”
김미영 대표는 무엇보다 ‘내 고향 강원도’에서 취급하는 재료들에 대해 자부했다. 횟감은 신선도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되는데 김대표가 자부하는 것은 그 싱싱한 재료였다. 그럼에도 간혹“싱싱하지 않은 재료가 아니냐”며 의심부터 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손님에게 대응하는 김대표의 모습은 고운외모와 사뭇 달라보였다. 그는 다른 것이 아닌 음식 재료를 두고 억지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지금 드시는 회와 똑 같은 것을 보시는 데서 잡아 손질하겠습니다. 만약 지금 드시고 있는 것과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면 그냥 가셔도 좋지만 차이가 없을 시에는 음식 값을 두 배로 받겠습니다”고 이야기 한 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실제로 횟감을 잡아 올리고, 손질을 해서, 접시에 올리는 과정까지 모두 보여준다고 한다. 생선회의 생명인‘싱싱함’에 자부하기 때문이다.
양과 질을 모두 갖춘 ‘내 고향 강원도’는 남는 장사가 맞긴 한 건지 조심스레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성수기나 주말의 경우, 많이 팔 때는 정말 남는 게 많아요. 그런데 손님이 적은 날은 사실 남는 게 없죠. 손님이 많건 적건 저는 늘 똑같이 베푸는 마음으로 대접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김미영 대표의 말에 따르면 좋은 일을 하면 늘 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을 봉사라는 표현에 빗대었다. “손님이 적어 아무리 남는 게 없어도 정성껏 대접해서 음식을 먹는 데 쓴 돈이 아깝지 않고 또 집에 돌아가서 다시 생각난다면 그들은 결국 우리 단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손님에게 정성껏 베푼 일들이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왠지 올여름은 정성, 맛, 양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연안부두 횟집을 찾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