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의 채용 청탁 의혹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4일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중소기업청 산하기관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임채운)에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감사원은 2년 전 중진공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그 배후에 최경환 부총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황모 직원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 간 최경환 부총리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원욱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운영지원실 권모 실장은 중진공 박철규 이사장으로부터 황모 직원을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채용 과정에서 황모 직원은 2299위에 머물렀던 서류전형 순위가 176위까지 상승했고, 그럼에도 서류 전형 합격자 배수인원인 170명에 미달하자 규정에도 없는 사유까지 만들어 부당하게 서류를 통과하는 등 특혜를 받았다. 면접에서도 황모 직원은 외부 심사위원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합격했다.
이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4년 간 인턴비서로 근무했던 사람을 불법으로 취업 시키면서 정작 무난히 합격권에 들었던 사람은 취업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경환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원욱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황모 직원이 2009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진공 신입채용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채용 청탁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정치인은 최 부총리뿐만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자신의 딸이 경기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경력 변호사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사측에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 규정상 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같은 당의 문희상 의원도 처남 취업 청탁 의혹에 휘말려 조사 중에 있다. 14일 검찰은 최근 문 의원에게 서면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지난 1일에는 문 의원에게 처남 취업을 청탁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문 의원의 처남은 미국 내 한진해운 관련사 브리지 웨어하우스 컨설턴트로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74만 7000달러(약 8억80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일을 한 사실은 없어 위장 취업 의혹을 받았다.
연이어 터져 나온 정치인 채용 비리 의혹은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취업 준비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29세 J씨는 “정치인들은 늘 말로는 청년 실업을 걱정한다지만 뒤로는 자기 자식이나 지인을 회사에 밀어 넣기에 바쁜 것 같다”며 “취준생들이 스펙 경쟁을 위해 학원으로 내몰리는 동안 누구는 전화 한 통에 취업이 결정되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에서 아나운서를 준비 중인 S씨도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대판 음서제도가 존재한다”면서 “이번 채용 비리 의혹도 곧 사람들의 관심에서 빠르게 멀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